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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프로야구]봉중근 ML데뷔전 6이닝 5실점 그러나…

입력 | 2002-04-24 18:01:00

애틀랜타 선발요원 제이슨 마르키스의 부상으로 선발 등판한 봉중근이 포수 미트를 노려보며 전력 피칭하고 있다.


‘난 루키가 아니다. 당당한 메이저리거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봉중근(21·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은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이렇게 되뇌었다. 1m91의 큰 키만큼이나 마운드에서 보인 패기는 당당했다.

비록 경기가 끝난 뒤 마이너리그행을 통보 받아 ‘메이저리거의 꿈’은 하루만에 끝났지만 바비 콕스 애틀랜타 감독은 “그가 오늘 보여준 가능성은 무한했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봉중근이 한국인 선수론 6번째로 ‘꿈의 무대’인 빅리그 마운드를 밟은 24일 애틀랜타 터너필드. 봉중근은 신인 티를 완전히 벗지 못하고 6이닝 동안 8안타 2볼넷 4탈삼진 5실점으로 신고식을 치렀지만 최고 시속 147㎞를 기록한 직구의 위력적인 볼끝과 배짱 있는 투구를 선보였다.

시련은 1회부터 찾아왔다. 89마일(143㎞)짜리 직구로 경기를 시작한 봉중근은 첫 타자 워맥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스파이비에게 원바운드로 담장을 넘는 ‘인정 2루타’를 얻어맞아 무사 2, 3루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7차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인 곤살레스를 상대로는 자신 있는 직구 승부로 삼진. 볼넷 뒤 삼진으로 불을 끄는가 했으나 2사 만루에서 밀러에게 3타점짜리 2루타를 내줬다. 이 타구는 애틀랜타 좌익수 치퍼 존스가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공이었으나 지난해까지 3루수로 활약해 외야수비가 서툰 존스는 엉거주춤한 다이빙 캐치로 공을 글러브 밖으로 튕겨버렸다. 경기가 끝난 뒤 존스는 “너무 미안해 봉중근에게 사과했다”고 털어놨다.

1회 3실점은 애리조나 선발이 당대 최고투수 중 한명인 커트 실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너무나 부담스러웠던 점수. 봉중근은 4회에도 애틀랜타 중견수 앤드루 존스의 비슷한 수비실수 때문에 1실점했다.

봉중근은 경기 뒤 곧바로 구단으로부터 마이너리그(더블A 그린빌 브레이브스)로 되돌아갈 것을 통보 받아 1패 평균자책 7.50의 메이저리그 성적을 남긴 채 다음 등판을 기약하게 됐다. 그는 3회 타석 때 실링의 투구를 왼쪽 담장 앞까지 날려보내 97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타격왕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9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 시즌 3세이브째를 올린 김병현이 특유의 꽈배기 폼으로 공을 뿌리고 있다.

이 경기에선 애리조나의 김병현(23)이 마무리로 등판해 관심을 모았다. 5-2로 앞선 9회 무사 1루에서 등판한 김병현은 삼진과 병살타로 1이닝을 깨끗이 막아 9일 만에 시즌 3세이브째를 올렸다.

▼봉중근-김병현의 말▼

▽봉중근〓처음엔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피칭이 좋았다. 수비수들을 믿고 던졌고 포수 로페스의 리드에 따라 그의 미트만 보고 공을 뿌렸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안타를 맞은 게 아쉬웠다. 특히 1회 2사 만루에서 밀러의 타석 때 투 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도 직구를 던지다 안타를 내준 게 안타까웠다. 메이저리그에 조금 더 머물 줄 알았는데 곧바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게 돼 서운하다. 아쉽지만 언젠가 또 기회가 올 것으로 믿고 기다리겠다.

▽김병현〓(봉)중근이의 볼끝이 굉장히 좋았다. 한복판으로 던져도 못칠 것 같았는데 너무 조심스럽게 피칭하느라 공을 자꾸 바깥쪽으로 뺐다. 9회 마무리로 나 대신 마이어스가 먼저 등판했는데 이젠 누가 먼저 나가는 것에 대해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자꾸 신경 쓰면 나만 손해다. 삼진과 병살타를 잡아낸 공은 모두 직구였다. 불펜에서 천천히 던지다 갑자기 전력 투구하려니 공이 약간 가벼운 감이 들었다. 오늘 투구가 그렇게 맘에 들진 않는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