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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시상]세브란스 호스피스팀 ´우정선행상´ 대상

입력 | 2002-04-24 18:17:00


24일 오전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암센터 내 호스피스 사업소. 암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들이 속속 모였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을 위로하고 돌보는 자원봉사자들.

흰색 가운으로 갈아입은 호스피스 김성환(金聖煥·69)씨는 돌볼 환자의 차트를 살펴본 뒤 암병동 91호로 향했다. 폐암에 걸려 몸무게가 20㎏이나 빠져 앙상한 모습울 하고 있는 황모씨(75)와 그의 부인이 김씨를 반갑게 맞았다.

황씨의 부인은 잘 키운 자녀 얘기며 남편에게 틀니를 맞춰준 치과의사 안사돈 얘기 등을 풀어놓았다. 호스피스와 만나 즐거웠던 지난날을 돌이키면 고통을 잊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이다.

90년 만삭이던 딸(당시 27세)을 유방암으로 떠나보낸 김씨는 암환자들을 돌보면서 문득문득 딸을 떠올린다.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17년 동안 목회활동을 했던 김씨는 은퇴 후 99년부터 호스피스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일부 호스피스는 환자를 위해 직접 이발과 마사지법을 배우기도 한다.

6년째 호스피스 활동을 하고 있는 민은숙(閔銀淑·68)씨는 97년 자궁암을 앓던 이모씨(55)를 떠나보냈다. 82세 노모와 단 둘이 살던 이씨는 세상을 뜨는 순간까지 노모 걱정만 했다. 이씨는 시신을 병원에 기증했으며 민씨의 노력으로 이씨의 어머니는 노인보호시설로 옮겨졌다.

30년간 목재소에서 일하다 2000년부터 호스피스 활동을 해오고 있는 신홍철(申洪鐵·66)씨는 “내가 그동안 살면서 남들에게 빚진 것을 갚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87년 설립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호스피스팀은 6명의 의료진과 800여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다. 지금까지 이들의 도움을 받은 환자는 1177명.

세브란스 호스피스팀은 24일 코오롱이 설립한 비영리법인 오운문화재단(이사장 이동찬·李東燦)이 주는 ‘제2회 우정선행상’ 대상을 받았다.

본상은 결손가정과 미혼모의 자녀 등 300여명의 아이들을 30년 넘게 키워온 최현숙 할머니(74)와 미혼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을 입양해 돌보는 사회복지사 박서희씨(31)가 받았다.

10년째 거리공연으로 모은 2억여원을 소년소녀가장 및 일본 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성금으로 낸 홍순관씨(40)와 문화재 보존을 위해 자신의 농지를 국가에 기부한 김병호씨(51)는 장려상을 받았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