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의 동서인 황인돈씨가 홍걸씨에게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의 돈을 전달했으며 차명 보유한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주식이 홍걸씨의 것이라고 사실상 시인함에 따라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황씨의 변호인인 양인석(梁仁錫) 변호사는 24일 이 같은 황씨의 고백을 공개하면서 “어차피 드러날 진실을 숨기는 게 황씨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고 변호인도 진실 규명이라는 입장에서는 다른 누구와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 최씨의 비서였던 천호영(千浩榮)씨 등이 홍걸씨나 황씨, 최씨와 반대편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했던 주장을 당사자가 처음 인정한 것.
황씨가 “최씨에게서 쇼핑백을 받아 홍걸씨에게 전달했다”고 말한 것은 쇼핑백의 내용물에 대해 언급은 없어도 돈을 전달했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 “차명 보유한 TPI 주식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그 주식이 홍걸씨의 주식이라고 말한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황씨의 변호인이 이런 고백을 한 것은 황씨가 더 이상 홍걸씨와 같은 입장에 서지 않겠다는 결심을 굳혔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황씨의 “나는 심부름만 했을 뿐”이라는 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곧 황씨를 소환해 홍걸씨 등과 관련된 각종 의혹의 사실 관계를 확정하고 홍걸씨를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TPI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또 양 변호사가 밝힌 황씨의 고백이 검찰 진술로 그대로 이어진다면 홍걸씨와 송재빈씨, 최씨의 비리 의혹을 밝히는 수사가 순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편 홍걸씨의 변호인을 맡을 것을 검토 중인 양 변호사는 정통 수사검사 출신으로 93∼94년 서울지검 검사 시절 광운대 입시부정사건, 장영자(張玲子)씨 2차 어음부도 사건 등 대형사건을 수사했다. 96년 서울지검 외사부 부부장으로 있다가 경제적인 문제로 개업했으며 99년 옷로비 사건 특별검사보를 맡았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