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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게임 세계시장 주무른다

입력 | 2002-04-24 19:27:00


“네? 그냥요. 좋아서요.” 커뮤니티 포털 프리챌에서 1년반 째 일본 대중음악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는 김석현 군은 “왜 일본 음악 동호회를 만들었느냐”는 물음에 거창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동물 캐릭터를 모으고,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보이’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다. 수업 시간 선생님의 눈을 피해 ‘슬램덩크’를 보고, 영화 ‘철도원’과 ‘러브레터’에 열광한다. 일본 영화의 국내 극장 상영이 가능해지는 등 3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안이 발표되고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것이 고작 2년 전. 그러나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훨씬 오래 전부터 국내에 광범위한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애니메이션의 최강자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디즈니’사는 일본에서 몇 번의 패배를 경험했다. 1992년에 개봉한 ‘미녀와 야수’는 일본 만화 ‘붉은 돼지’에, 94년에 개봉한 ‘라이온 킹’은 ‘헤이세이 너구리 전쟁’에 밀린 것.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거대한 ‘만화책’ 시장을 기반으로 한다. 일본에서 하루에 발간되는 만화 잡지와 단행본은 약 600만권. 만화책으로 검증된 작품들이 TV 비디오 극장용으로 선보이는 셈이다. 작품이 제작된 이후에 순서대로 TV용, 게임용, 캐릭터용으로 확장되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제작기획 단계부터 방송사 완구 자동차 업체 등이 투자에 참여하는 것도 특징.

전 세계 게임 시장의 규모는 약 200조원으로 추정된다. 게임 산업은 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 80년대 초반 한때 미국의 게임 시장 규모는 영화산업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8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일본에 넘겨주게 된다. 일본의 게임시장 ‘빅3’인 세가 닌텐도 소니가 20여년간 주도권을 유지해온 주역.

80년대 닌텐도의 ‘패미컴’을 필두로 한 일본의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산업은 ‘게임기’가 아닌 ‘게임 소프트웨어’로 수익을 올린다.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는 닌텐도의 게임큐브, 소니의 PS2,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의 치열한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중음악은 ‘J팝’이라 불린다. 미국 팝에 맞먹는 국제적 음악이라는 것. 일본 가요는 워크맨 등 오디오 산업과 밀접하다. 소니 도시바 등 가전업체들이 음반사업을 겸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의 음반시장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 음악 층이 넓어 독립음악, 언더그라운드 등도 꾸준히 매니아를 확보하며 한 장르로 인정받는다.

약 100년 역사를 가진 일본 영화는 5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58년, 일본에는 7500여개의 영화관이 있었고 연간 약 500편의 일본 영화가 제작됐다. 60년대 이후 TV가 보급되고 헐리우드 영화가 침투하면서 침체됐던 일본 영화는 97년 이후 ‘하나비’ ‘우나기’ 등이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중흥기를 맞고 있다.

▽국내의 일본 대중문화 애호가들을 위한 사이트〓프리챌에는 약 1000개의 일본 대중문화 관련 동호회가 개설돼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도 90여개의 일본 영화 동호회, 300여개의 일본 대중음악 동호회 등이 활동 중이다.

다음의 ‘온가쿠’라는 일본 음악 동호회는 회원수가 1만명이 넘는다. 오프라인 상에서도 모여 음악 정보를 교환하고, 동호회 게시판에 구하기 힘든 음악을 파일로 올려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해놓기도 한다.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는 DJ처럼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음악 매니아들이 음악 방송을 하기도 한다. 일본 연예인들의 팬클럽도 다양하다.

동호회 외에 일본 대중문화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들도 있다.

‘일본으로 가는 길’ ‘조이 재팬’ ‘지팡고’ 등은 일본 문화에 대한 포털 사이트. 일본의 스타,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TV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일본어, 유학, 여행 정보도 제공한다.

‘제이 팝스’ ‘GLAY’ 등 일본 음악 전문사이트는 관련 뉴스와 인터넷 방송을 제공한다. MP3 파일로 음악을 내려 받거나 구입할 수 있고 가사도 검색할 수 있다. ‘베스트 애니메’ 등 일본 애니메이션 사이트에서도 동영상으로 만화를 직접 볼 수 있고 대본 가사 사진 등을 검색할 수 있다.

영화나 만화는 작품별로 공식 홈페이지가 마련되기도 한다. ‘간장선생’ ‘원더풀 라이프’ 등 한국에서 상영된 일본 영화는 대부분 한글로 된 인터넷 사이트가 운영중이다. 만화도 ‘원령 공주’ ‘이웃집 토토로’ 등이 한글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다.

위성방송 등으로 일본의 TV프로그램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일본의 드라마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생겨났다. 대부분 회원제로 운영되며 드라마 비디오를 교환해서 보거나 동영상을 올려 둔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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