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봄, 여름을 겨냥해 파리, 밀라노, 뉴욕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노란색 및 골드톤 의상의 물결
고개를 수그릴 줄 모르는 황사 바람이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봄. 거리에는 반대로 눈을 상쾌하게 해 주는 또 다른 황색 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 봄, 여름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던 밝은 노랑색, 오래된 골동품을 연상시키는 앤티크한 느낌의 골드톤 의상이 크게 증가한 것.
황사의 근원지는 중국 황토 고원지대와 내몽골 사막지대. 한국에 불어닥친 패션 황색 바람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예견된 옐로 붐에 TV광고 변수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
엉뚱하게 진달래가 등장하긴 했지만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BC카드의 TV CF는 온통 노란빛이다. 노란색 꽃이 만발한 꽃집, 노란 교복을 입은 아이들….
하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들이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광고모델 김정은이 입고 있는 노란 원피스. 사실 이 원피스는 CF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촬영용’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광고주인 BC카드 본사와 광고대행사인 다이아몬드베이츠코리아에는 ‘어느 브랜드 것이냐’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유행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동대문 남대문 등의 대형 의류 유통매장에도 이 원피스를 카피한 제품들이 늘고 있다.
텔레비전 광고라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유행을 가속화하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올 봄, 패션 전반에서의 노란색, 골드톤의 붐을 예견하고 있었다. 매년 유행색을 선정, 발표하는 세계적인 패션정보회사 ‘I.C.A’, ‘팬턴뷰 컬러 플래너’ 등이 이미 1년6개월∼2년 전 발표한 컬러 트렌드 자료에도 “고급스러운 느낌의 옐로, 부를 상징하는 골드 컬러가 각광 받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다.
노란 원피스라면 살결이 뽀얀 20대 여성들에게 양보하고 말 것 같은 중년여성들까지 유행행렬에 가세했다. 30, 40대가 주고객인 여성복 브랜드 ‘미끄마끄’의 경우 올 봄 신상품으로 옐로 아이템의 비중을 지난해보다 1.5배가량 늘렸다. 그러나 신상품으로 출시된 밝은 노란색의 원피스와 레몬색 트렌치코트는 현재 거의 품절된 상태.
●이보다 더 고급스러울 수 없다, 골드 러시(Gold Rush).
노란색과 더불어 비슷한 색감의 골드톤도 각광받고 있다. 명품 패션브랜드 프라다의 봄, 여름 신상품은 대부분 금실을 주로 사용해 직조한 장식 직물 ‘라메’로 만든 의상들.
엘르 북미판은 최근 490달러짜리 샤넬 통굽 구두, 발바닥이 금색 가죽으로 덮인 525달러짜리 미소니 슬리퍼, 고급스러운 노랑색으로 만들어진 600달러짜리 루이뷔통 면바지 등 골드톤의 의상, 액세서리 신제품을 묶어 특집으로 소개했다.
골드톤 유행은 액세서리에서도 체감된다. 명품 주얼리 브랜드 투스 아모르는 올 봄, 여름 판매용으로 은은한 노란색의 샴페인 진주, 노란색 다이아몬드 등을 지난해에 비해 30∼40% 이상 더 구비했다. ‘여름〓실버 주얼리’라는 공식을 깨고 옐로우 골드, 옐로 진주, 옐로 다이아몬드 등 노란색 보석류가 크게 부상하는 데 대해 월드골드카운슬의 김효선 실장은 “전통적으로 미니멀리즘이 유행할 때는 실버톤, 히피나 에스닉(민속풍) 로맨티시즘이 주류를 이루는 이번 시즌같은 경우는 옐로톤이 인기를 끈다”고 설명했다.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 BC카드 광고에서 노란 원피스를 고르고 있는 탤런트 김정은. 이 실크 원피스를 디자인한 스타일리스트 김명덕씨는 촌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치마밑단에 붉은색 꽃을 여러개 달았다.
▽ 금실 은실을 엮은 반짝이는 소재 '라메'를 사용한 프라다의 올 봄 신상품 구두. 선이 날렵하고 광택이 독특하다.
▽ 프라다의 라메 소재 그립 백. 금색 가방은 상하의 가운데 하나를 같은 골드톤으로 맞춰주는 것이 금상첨화지만 레드, 브라운, 아이보리색 의상과도 잘 어울린다.
▽ 다이아몬드 특유의 투명백색에 황색기가 많이 섞인 다사끼 지니아의 '옐로이시(yellowish) 다이아몬드' 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