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발매 이래 일본 전역을 강타한 초베스트셀러 ‘Big Fat Cat의 세계에서 제일 간단한 영어책’이 한국에 상륙했다(나라원 펴냄). 살찐 파란 고양이(일명 BFC)를 표지에 내세운 이 영어책이 단시일에 150만부를 기록하며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쉽고 재미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저자인 무코야마 아츠코 교수는 바이코가쿠잉 대학 영문학과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영어구조를 학생들의 머릿속에 쏙쏙 넣어줄 안내자로 마음씨 좋은 빵집 주인 에드와 살찐 고양이 BFC를 창조해 냈다. 그런 점에서 ‘BFC의 세계에서 제일 간단한 영어책’은 정찬용의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영어공부 절대로…’ 일본어판이 50만부 이상 팔렸다.
한국과 일본은 영어에 대한 고민에서 동병상련 처지인지라 영어책의 유행 경향도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입학과 입사가 겹치는 4월에 항상 영어 관련 책이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도 ‘BFC’ 외에 ‘술술영어1’ ‘영어가 술술 이해되는 마법의 책’ ‘통쾌 커뮤니케이션 영어학’ ‘영어로 일기를 써보자’ 등이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 책들의 공통점은 학습 방법이나 설명이 매우 단순하다는 것. 숱하게 영어에 도전했다가 번번이 실패한 20~30대 비즈니스맨들이 주요 독자층이다.
그러나 아무리 참신한 발상의 영어학습법이라 해도 항상 뒤따르는 의문은 영어공부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다. 29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영어공부를 시작해 동시통역사까지 된 한 일본 여성은 영어학습을 운동에 비유했다. “피트니스 클럽에 가면 자신의 맥박이나 체중을 확인한 다음 근육을 만들기 위한 운동인지,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인지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도록 한다. 영어책은 다이어트책과 같아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영어가 능숙해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책을 읽고 나면 하룻밤에 영어가 술술 될 거라는 착각을 버리지 않는 한, 결코 영어에 능숙해질 수 없다.”
다이어트책을 열심히 본다고 살이 빠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내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법이 따로 있듯이 영어도 마찬가지. 최근 나온 영어 관련 신간을 둘러보면 ‘들으면서 정리하는 이보영의 120분 영문법’(넥서스 펴냄)과 베스트셀러 ‘50 잉글리시’ 후속편인 샘 박의 ‘50 English 영문법’(디자인하우스 펴냄), 소리파일 학습법을 제안한 박기혁의 ‘영어책 휴지통에 버리기’ ‘합궁이란 이런 겁니다’(소리파일팩토리 펴냄)가 잇따라 나왔다. “자, 이제 각자 체질에 따라 골라보시죠.”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