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막하는 전주영화제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는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입니다.올해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의 초청작이기도 하죠.
‘죽어도 좋아’가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70대 노인의 성생활을 ‘사실적으로 포착’했다는 점 때문이죠. 여기서 ‘사실적’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입니다. 이 영화 주인공은 아마추어 배우인 박모 할아버지(73)와 이모 할머니(71)인데요, 영화에는 두 노인의 섹스신이 4차례에 걸쳐 등장합니다. 이 중 7분 가까이 이어지는 가장 긴 섹스신은 두 대의 무인 디지털 카메라를 방에 고정시켜 놓고 연기 아닌 ‘실제 상황’을 찍었더군요!
현행법상 노출이 금지된 신체 특정 부위도 얼핏 나오기 때문에 영화제에서는 상영되지만, 일반 극장 상영은 ‘손질’ 없이는 불가능할 듯합니다.
영화에 대한 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더군요. “아니, 그 나이에도 그게…?” 하고 놀라며 호기심을 보이는 부류와 “노인네들이 주책이다” “추하다”며 외면하는 부류입니다.
어쨌든 섹스나 욕망이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자 했다면, 이 영화는 ‘금기’를 깨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고 할 수 있지요.
영화학자들은 포르노를 판단하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성기 노출 장면의 유무와 성행위가 연기냐, ‘실제 상황’이냐를 꼽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만 보면 ‘죽어도 좋아’는 포르노적인 요소도 갖고 있지요.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아무도 이 영화를 포르노라고 하지 않습니다. 자연스러운 삶으로서 노부부의 사랑을 관찰하듯 카메라에 담아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이 영화는 포르노의 본질인 ‘성적 흥분을 유발’하지 않지요.
하지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만약 똑같은 영화의 똑같은 장면을 70대 노인 대신 섹시한 20대 남녀가 주인공을 맡아 ‘실제 상황’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박 감독 스스로도 “그랬다면 (음란물로) 법원에 가 있을 것”이라고 농담했듯, 지금처럼 호평을 받기는커녕 영화제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겠죠. 어쩌면 이런 ‘차별’과 노인의 성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노인들은 더 서글플지 모르겠네요.
하긴 이렇게 말하면 젊은 사람들도 할말은 있겠네요.20대가 하면 포르노고, 70대가 하면 칸에 가나? ^^;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