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은 명실공히 한국의 대표적인 여인상으로 꼽힌다. 단아한 외모에 뛰어난 예술적 자질, 현명하고 자상한 품성 등을 고루 갖춘 신사임당은 분명 한국 여성들이 가장 존경하는 여인 중 하나다. 그렇다면 한국 제일의 여성을 부인으로 둔 신사임당의 남편은 당연히 행복하지 않았을까? 정답은 한마디로 ‘아니올시다’.
신사임당의 남편은 이원수라는 인물로, 집안도 능력도 신사임당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평범한 인물이었다. 당시 신사임당의 아버지는 사임당의 예술적 능력을 높이 평가해 사임당이 결혼한 후에도 시집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편모슬하의 이원수를 사윗감으로 선택했다.
이씨의 입장에서는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월등히 뛰어난 부인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이씨가 아름다운 부인 사임당을 두고 괄괄한 주막집 여인네와 정분을 나눈 사실은 이들 부부에게 문제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씨는 사임당이 죽자 사임당이 생전에 ‘재혼만은 말아달라’는 부탁을 무시한 채 주막집 여인 권씨와 정식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여우 같은 마누라와는 살아도 곰 같은 마누라와는 살지 못한다’는 옛말처럼 아마도 사임당에게는 여우 같은 기질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씨뿐만 아니라 많은 남성들이 지적 능력이 뛰어난 여성보다는 애교 있고 사랑스러운 여성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 건 사실일 것이다.
사임당처럼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비운의 여성으로는 영국의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꼽을 수 있다. 한때 전 세계 여성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던 다이애나비는 사실 단 한순간도 남편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비련의 여인이었다. 결혼 16년만에 사랑의 기회를 잡은 그녀는, 그러나 진정한 사랑을 나눠볼 기회도 없이 다음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다. 다만 다른 여성을 마음에 품고 있던 찰스 왕세자는 진정한 자유인으로 돌아갔다.
신사임당과 다이애나비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와 명예와 아름다움을 모두 지녔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비련의 여인’이라 부른다. 짧지 않은 인생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사랑’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
< 곽태일/ 맨파워비뇨기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