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팔로 66’은 감독인 빈센트 갈로가 주연, 각본, 음악까지 맡아 98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던 영화다. 국내에선 2년 전에 개봉했으나, 한두 군데 극장에만 걸리고 곧바로 비디오용 영화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크리스티나 리치, 안젤리카 휴스턴 등 연기파 배우들을 보는 재미뿐 아니라 쌉쌀하면서도 가슴 찡한 사랑이 있는 영화다.
주인공 빌리 브라운(빈센트 갈로 분)은 미식축구 버팔로팀에 1만 달러를 걸었다가 지는 바람에 5년간 감옥살이를 하고 나왔다. 자신이 진 건 모두 축구선수 스콧 우즈 때문이라 생각하는 빌리. 그의 목표는 오로지 복수하는 것이다. 그는 부모에게는 결혼했다고 거짓말하고 댄스클럽에서 나오는 라일라(크리스티나 리치)를 납치한 뒤 그녀에게 아내인 척해 달라고 협박한다. 의외로 순순히 따를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기는 듯한 라일라. 그녀는 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빌리의 부모에게 따뜻한 가족의 사랑을 전한다. 그 와중에도 빌리는 계속 스콧 우즈에 대한 복수 계획을 세우고, 라일라는 빌리에게 조금씩 사랑을 느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빌리와 라일라의 뭔가 모자란 듯한 캐릭터다. 볼품없이 말라 비틀어진 인상에, 복수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늘 신경질적이고 정서 불안인 빌리. 5년간의 감옥생활로 그의 감정샘은 완전히 말라버렸다. 그는 한마디로 ‘사랑할 줄 모르는 남자’다. 반면 바비인형의 옷차림을 한 창녀 라일라는 언제나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여자다. 빌리와 함께 간 볼링장에서 그녀는 갑자기 탭댄스를 추기 시작하는데, 순간 주위는 은은한 사이키 조명이 돌아가는 댄스홀처럼 변한다. 사실 남들이 보면 둘 다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마음대로,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라일라의 사랑은 알래스카처럼 꽁꽁 얼어붙었던 빌리의 마음을 녹여버린다. 어쩌면 현실의 사랑도 이런 식이 아닐까. 영화 속엔 늘 멋진 남녀의 완벽한 사랑이 있지만, 현실의 사람들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나가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 왜 그런지 우리는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을 하찮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 이 속담이 표현하기에 따라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스레 느낄 수 있다.
변준희 clair71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