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옥 ‘질투는 나의 힘’
올 여름 개봉 예정인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을 만든 박찬옥 감독은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영화제작소 청년’에서 활동했다. 이곳에서 개성이 담긴 단편영화들을 만들면서 영화 연출의 기본을 다진 박감독은 ‘셔터맨’ ‘Cat Woman & man’ ‘느린 여름’ 등의 단편을 통해 일상에 대한 독특하고도 섬세한 시선을 담아왔다.
박감독이 설명하는 ‘질투는…’은 “불안한 청춘의 내면에 대한 고찰”이다. 옛 애인을 빼앗은 유부남에게 새 애인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인정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하는 청년기의 불안과 설렘을 드러내고자 한다.
현재 영화 후반 작업중인 박감독은 “감독을 하면서 특별히 여자이기 때문에 힘든 점은 없었다. 감독이 여자다 보니 여배우인 배종옥씨는 집에 와 낮잠도 자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남자배우들과는 그럴 수 없다는 정도? 내가 하려는 이야기도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훨씬 더 이해를 잘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모지은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현재 50% 정도 촬영이 진행된 영화 ‘좋은 사람…’(신은경·정준호 주연)은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아카데미에 재학중인 26세의 신인 모지은 감독의 데뷔작.
영화는 개성 있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참신한 형식미를 앞세운 로맨틱 코미디로, 맥 라이언이 주연했던 할리우드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연상시킨다. 뮤지컬과 같은 흥겨운 분위기와 만화처럼 속도감 있는 전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될 것이라고.
‘친구’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 영화의 스토리보드 작가로 활동했던 모감독은 단편영화 ‘동네 여자들’로 제1회 부산 아시아단편영화제 본선에 진출하면서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현장 경험이 없는’ 20대 중반의 신인 여성감독이 상업영화에 도전한 것이 충무로에선 큰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모감독은 “그동안 힘든 길을 꿋꿋하게 걸어왔던 선배 여성 영화인들 덕분에 이 같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며 “앞으로 누아르나 액션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꿈을 밝힌다.
#변영주 ‘밀애’
‘낮은 목소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등 일련의 다큐멘터리 작품을 통해 소외된 여성의 삶을 그려온 변영주 감독이 격정적인 멜로물에 도전한다. ‘밀애’의 원작은 소설가 전경린의 베스트셀러 ‘내 생애 꼭 하루뿐인 그날’. 남편의 불륜으로 처음엔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망연자실하다 결국 지금까지 자신이 갇혀 살아왔음을 자각하게 되는 30대 초반의 주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에너지’를 그려간다.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느껴지지만 변감독은 “여자가 중심인 영화이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을 지탱하는 ‘힘’을 다룬다는 점에선 차이가 없다”고 설명한다. 7년간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터득한 방법론을 토대로 대중적 호소력이 있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멜로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처음 영화일을 시작하면서 촬영을 담당했는데, 여자라고 ‘왕따’도 시키고 그랬죠. 그런 환경에서 끈질기게 영화를 해왔으니 지금처럼 좋은 상황이 된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영화의 경우엔 스태프 대부분이 여자예요. 영화를 만드는 데 남녀 구분은 이제 무의미하죠.”
신을진 주간동아기자 happye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