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라스, 도밍고, 파바로티 등 ‘빅3 테너’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황혼을 맞고 있어 성악 애호가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음반사들은 세계 각처에서 이들의 빈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성악가들을 찾아내느라 바쁘다. 그러나 으레 테너나 소프라노만이 각광받던 과거에 비해 성악가들의 활동 반경은 더 넓어졌다. 굳이 오페라 아리아나 예술 가곡을 부르지 않아도 주목받을 수 있는 방법 역시 많아졌다.
러시아 출신 베이스인 이반 레브로프의 독집 음반 ‘이반 레브로프의 예술’은 이 성악가의 독특한 이력 때문에 눈길을 끈다. 1931년생인 레브로프는 돈 코사크 합창단의 솔리스트로 서방 무대에 처음 발을 디뎠고 그 후 ‘지붕 위의 바이올린’ 등의 뮤지컬과 러시아 교회음악에서 주로 활약했다. 음반 역시 러시아 민요와 교회음악, 오페라 아리아, 뮤지컬 등 다양한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레브로프의 음색은 베이스치고는 상당히 밝은 편이다. 그가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 1500회 가까이 출연했던 것도 바리톤에 가까운 음색 덕분이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음반에서 가장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은 러시아 성가 ‘사랑의 힘에 기대어 기도합니다’ 같은 성가곡에서 보여주는 소박한 경건함이다.
‘험한 세상에 다리 되어’ ‘프렐류드’ 등이 수록된 ‘팝페라 디바’는 근래 인기 끌고 있는 오페라와 팝음악의 결합 ‘팝페라’ 음반이다. 노래를 부른 주느비에브 샤레스트는 여느 팝페라 가수와 마찬가지로 성악을 공부한 후 팝페라로 방향을 바꾸었다. 샤레스트의 노래는 이 분야 대표주자인 사라 브라이트만보다 자연스럽고 덜 가공된 소리다. 성악가가 아니라 음역이 높은 재즈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 같아 한결 편안하다.
전원경 주간동아 기자 winn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