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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정글속 타잔은 왜 수염이 없을까 '흡혈귀의 비상'

입력 | 2002-04-26 17:34:00


◇ 흡혈귀의 비상/미셸 투르니에 지음 /428쪽 1만5000원 현대문학

프랑스 문단의 거장인 작가 미셸 투르니에가 쓴 ‘독서노트’. 영국 독일 등 유럽 전체 문화권의 고전들에서 대중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텍스트를 작가 특유의 세련된 프리즘으로 분광(分光)하듯 해석해낸다.

타잔은 왜 수염이 없을까? 야성의 인간이니 당연히 수염이 텁수룩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에게 수염이 없는 이유는, 그가 꿈의 대상인 관념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가짜 어른’이기 때문에 영원히 동정이며 루소가 ‘에밀’에서 제시한 ‘아이-어른’이라는 꿈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스탕달의 ‘적과 흑’은 왜 두 세기에 걸쳐 그토록 열광의 대상이 됐을까? 사람들은 흔히 얘기되듯 줄리앙 대 사회의 투쟁 보다는 야심가 줄리앙과 감성가 줄리앙의 투쟁을 이 책에서 읽어내기 때문이다. 기존의 질서에 맞서는 투쟁을 위해 그는 검이 아니라 섹스를 선택한다. 돈 주앙과 혁명가의 혼합물이 줄리앙 소렐인 것이다. 이런 짜릿한 해석들에 비하면, 귄터 그라스가 ‘양철북’에서 성장이 멈춘 주인공을 통해 독일 성장소설의 전통을 전복하려 했다는 시각은 평범하기까지 하다.

“한 권의 책은 흡혈귀다. 그것들은 살과 피를 가진 독자를 찾아 그 온기와 생명으로 제 배를 불리고자 미친 듯 헤매어 다닌다.” 얼마간 엽기적으로 들리는 제목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