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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대통령, 왜 직접 사과않나

입력 | 2002-04-26 17:54: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어제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을 통해 한 자신의 아들들 문제에 대한 ‘간접사과’는 오히려 ‘안이하게 사태를 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우선 그런 ‘간접사과’로 민심을 무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무슨 왕조시대나 독재정권 아래에서만 있을 수 있는 최고 권력자 주변의 불법 비리 의혹이 연일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 아닌가. 그런데도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간접사과’만 하고 있다면 민심을 너무 모르거나 아니면 민심을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김 대통령은 5년 전 한보사태 때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賢哲)씨의 비리의혹을 앞장서 규탄하며 그를 구속 수사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그때의 입장이 정정당당한 것이었다면 자신의 아들들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다 ‘간접사과’나 하는 김 대통령의 자세를 국민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김 대통령은 이날 월드컵, 경제, 남북관계, 공정한 선거관리 등 당면한 국정과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세 아들의 비리의혹에 그처럼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아무리 국정에 전념한다 해도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 지금처럼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으면 효과적인 임기 마무리도 어려울 것이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위해서도 김 대통령은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청와대 측은 “김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오히려 ‘간접사과’는 김 대통령의 진심에 의문을 갖게 하고 검찰 조사에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그렇게 되면 검찰은 또 청와대의 눈치만 살필지도 모른다.

김 대통령은 아들들 문제에 관한 한 더 이상 정치적 고려를 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국민에게 직접 사과부터 하는 것이 문제를 풀어가는 올바른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