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대통령아들 ‘항공료만 수천만원’

입력 | 2002-04-26 17:56:00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한국과 미국을 수시로 오가면서 항공기의 특등석이나 1등석을 주로 사용했다는 보도는 집권이 가져다 주는 한국적 신분상승이 어떤 비정상적 혜택을 가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국민이 이번 일에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런 후진적 혜택이 가능한 우리 사회의 불평등성 때문이다.

도대체 수입이 거의 없는 연구원 신분의 홍걸씨가 그토록 많은 돈을 써가면서 한국을 드나들 이유가 무엇이었단 말인가. 사업가도 아닌 그가 조용히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1년에 10여 차례씩 한국을 드나들어야 할 만큼 서울에 볼일이 많았다면 그 일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 최규선(崔圭善)씨의 비서인 천호영(千浩榮)씨가 주장한 대로 각종 이권에 개입하느라 그렇게 바빴는지 검찰은 그의 일정과 관련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홍걸씨가 사용한 항공기의 특등석은 좌석이 침대처럼 완전히 펴질 수 있고 여러 가지 특별한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한다. 그의 허영도 문제지만 과연 그가 무슨 돈으로 이런 호화여행을 할 수 있었는지는 규명되어야 한다. 1년에 항공료로만 5000만원 이상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고 하니 엄청난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바로 그런 비용을 염출하기 위해서였던가.

홍걸씨는 지금 미국 거주가 적법한지조차 의문시되고 있다. 연구원 자격을 상실한 지금 그의 위치와 비자의 종류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국의 대통령 아들이 남의 나라에 불법체류하고 있다는 의심이나 사고 있다면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다. 청와대는 체류의 적법성 여부를 확인하고 잘못이 있다면 시정해야 한다.

홍걸씨의 호화판 항공기 여행을 부모인 대통령 부처가 몰랐을까, 아니면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담당하고 있는 청와대 조직이 그런 지출 행위에 아무런 의심을 안 가졌다면 그건 죽은 조직이다. 어느 쪽이든 홍걸씨는 그의 행동으로 부모를 욕 먹이고 정권을 욕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