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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당당하게 재혼합시다' 공동저자 장혜경-박경아씨 대담

입력 | 2002-04-26 18:16:00

장혜경(왼쪽) 박경아씨가 '당당하고 행복한' 재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결혼한 커플은 32만 1000쌍, 이혼한 커플은 13만 5000쌍. OECD 30개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높은 이혼율이다. 재혼도 따라 늘어 2000년 기준으로 스무 가정 중 세 가정은 재혼가정이다. 신간 ‘당당하게 재혼합시다’(조선일보사)의 공동저자인 장혜경 박경아씨가 동아일보사 일민라운지에서 만나 ‘당당한’ 재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미혼인 장씨는 미국 UCLA에서 지역 및 가족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여성개발원 가족보건복지연구부장으로 재직 중. 신문기자 출신인 박씨는 이혼과 직장 동료와의 재혼을 거쳐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장〓반갑습니다. 책이 나오고 난 뒤로는 첫 만남이네요.

▽박〓최근 ‘잠재적인 재혼 후보자’는 크게 늘었습니다. 그렇지만 재혼에 대한 논의 자체는 활발한 분위기가 아니었죠. 지금까지 이혼에 관한 책들도 개인적인 경험담 위주였구요. 이 책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장〓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재혼자의 이혼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습니다. 핵가족 위주의 혈연 중시 사회에서 자녀들이 심리적 사회적으로 갈등을 겪는 것이 큰 이유인 것 같아요.

▽박〓우리나라 가족제도의 특징은 혈연중심 부계중심이라는 데 있죠. 아이를 가지고 재결합한 가정의 경우 대부분 아이들의 성(姓)이 서로 달라 주변의 놀림감이 되기 쉽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친양자(親養子) 제도 등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장〓친양자제도는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허용해야 한다는 데 찬성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겠죠. 예를 들어 아이가 장성한 뒤 원래의 성을 찾고 싶다고 한다면, 다시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거든요.

▽박〓말씀하신 것처럼 친양자제도는 과도기적으로만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의 변화인 것 같아요. 한 가정에 여러 성이 공존할 수 있다는 의식의 변화 말입니다.

▽장〓물론 의식의 변화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제도적 부분이 상존하는 것은 틀림없지만요.

▽박〓현행 호주제로 인해 아이의 급식 통장을 만드는 것까지 친부를 찾아가야 되는 일이 생기죠. 아이가 아빠라고 부르는 양부는 주민등록상 동거인에 불과하구요. 이런 부분을 내버려둔 채 의식만 바꾸자고 하는 얘기는 물론 아닙니다.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이익이 될 것입니다. 재혼에 대한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은 가정의 복원을 불러올테니까요. 미국 프랑스도 재혼율이 증가해 아이들의 피해가 최소화됐거든요.

▽장〓원칙적으로 맞는 말씀이지만, 이제는 꼭 재혼을 통해서 가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남녀 누구든지 자녀도 키우고 경제적으로도 자립할 수 있다면 부모중 한쪽만 있는 ‘한 부모’ 가족도 긍정적인 차원에서 바라봐야죠.

▽박〓주변에서 성공한 재혼들의 사례를 보면, 결국 ‘조건’보다 ‘사람’을 믿고 의지하는 결합이 성공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비단 재혼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랑과 결혼이 마찬가지겠죠.

▽장〓재혼을 원하는 어떤 남성은 ‘이혼한 부인이 B대를 나왔으니 재혼 상대는 그보다 나은 A대 이상은 나온 사람이어야겠다’라고 고집하기도 하더군요. 그런 자세로 하는 재혼이 성공할까요.

▽박〓예를 들어 자녀를 데리고 재혼한 사람이라면, ‘저사람은 이 아이와 혈연도 없는데 받아들여 주었구나’라는 작은 감사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작은 것부터 고마워하는 자세가 새 가족의 행복을 가져올 걸로 생각합니다.

정리〓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