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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품을 말한다]국제 오페라단 '나비부인' 7월 伊초청공연

입력 | 2002-04-26 18:25:00

1막 신혼장면을 연습중인 나비부인 역의 이지은씨(왼쪽)와 핑커튼 역의 신선섭씨


국제 오페라단의 ‘나비부인’은 2002 이탈리아 여름 오페라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7월 1일부터 로마 밀라노 피렌체 등에서 14회의 공연을 펼치게 된다. 이 오페라와 나란히 출품된 작품 중에는 현역 대지휘자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하고 프랑코 제피렐 리가 연출하는 ‘토스카’,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등이 있다. 이런 세계적 프로덕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비교 평가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오페라 연출가로서 개인적으로 더 할 나위 없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도 이탈리아 공연에 앞서 이번에 고국 팬들 앞에 먼저 평가를 받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어떤 극을 창조할 것인가? 나는 무엇보다 쵸쵸상 즉 ‘나비부인’이라는 인물의 내면 창조에 주력하려 한다. 드라마는 사실의 재현도, 역사도 아니다. 오직 극장 안에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며 인간의 존엄과 우주의 진리를 제시하는 것이 드라마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비부인’은 잘 알려졌듯이 100여년 전 서양 사람들이 가슴깊이 두고 있던 우월감속에 ‘욕망의 실험실’ 이란 기치를 내세워 동양을 소재로 선택한 작품이다. 내용을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1895년경 일본 나가사키 항구에 살았던 한 게이샤(기생)는 신분상승의 욕구와 순수한 사랑에의 갈망으로 강국 미국 장교의 현지처가 된다. 그는 종국에 그토록 원했던 순수한 사랑의 모습이, 삶의 모습이 훼손되었음을 깨닫게 되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자살한다. “명예로운 삶을 살지 못 할 바에는 차라리 명예롭게 죽는다.” 한 여인의 슬픈 내면을 너무도 잘 표현한 비극적인 드라마 위에 달콤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대가인 푸치니의 음악이 구구절절 흐른다. 이 드라마의 핵심단어를 극 속에서 찾아보면 애절한 사랑속에서 드러나는 ‘돌로레(고통·Dolore)이기도 하다.

이번 연출 작업에서는 사랑의 시작부터 죽음에까지 이르는 한 여자의 ‘돌로레’를 얼마나 밀도있게 그려내느냐에 그 출발점을 두었다. 나는 이 여인을 과거의 드라마에 갇힌 인물이 아니라 생생히 살아있는 인물로 그려보고 싶었다.

세계 무대를 위해 준비된 이번 무대가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 낼 것으로 자신한다.

연출가 정갑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