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으로 밤바람이 불어들고, 북과 징을 두드리는 무당들의 손에 힘이 주어진다
박수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
무당3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유미리야 이 땅에서 너의 이름을 갖고 가거라 그리고 너를 시작하거라 큐큐 파파 너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큐큐 파파 시작되기도 전에 끝내서는 안 된다 나의 재능을 니한테 주마 니한테 전부(물에 떠내려보내듯 목소리가 쓰윽 잦아들고, 무당이 유미리의 얼굴을 빤히 쏘아본다. 그리고 갑자기 거친 목소리로) 니 얼굴을 벗겨라!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소리를 들어라!
유미리 …
무당3 (목소리로 도려내듯이) 상처에 입을 대라! 피와 고름을 빨아먹어라!
박수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 삼세제불의반야바라밀다.
무당3 (얼굴과 목소리에서 험악함을 지우고)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조심하거라 상처에 휩쓸리지 않도록 큐큐 파파 나는 두 번 다시 너를 돌아보지 않는다 큐큐 파파 늘 니 곁에서 뛰고 있을 거니까
무당2 (소리없이 고개를 문쪽으로 돌리고) 할배, 할배 아들이 왔어요.
문으로 이우철의 셋째 아들, 신철(信哲)이 들어온다.
무당3 오오 왔나! 신철아!
유미리 (신철에게 오른손을 내밀면서) 처음 뵙습니다. 유미리예요.
이신철 (유미리와 악수하면서) 늦게 와서 미안하구나. 기독교인이라 올까말까 망설였다만….
무당3 너한테는 정말 못할 짓을 했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무당1 (눈을 가늘게 뜨고) 보인다. 이 사람하고 어머니가 새까만 몰골로 방구석에 앉아있어. 밥을 못 먹어서 그러고 있군.
무당3 미안하다 뭐라 말하면 좋을지 정말 잘못했어 큐큐 파파 너를 호로 자식으로 만들어서 아이고!
무당은 이신철의 등을 두 팔로 껴안고 목메어 운다.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