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응 / 서울옥션 대표·경매사
【선진 부국(부국)에서는 미술품이 투자대상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 됐다.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면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왕성해져 문화부흥 운동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미술품에 대한 건전한 투자관행을 확산시켜 우리 미술시장이 성숙해지는 데 보탬이 되도록 ‘미술과 시장’을 연재한다.】
미술품은 양면성을 지닌다. 하나는 다른 예술의 장르와 같이 감상의 대상으로서의 감성적 측면이요, 다른 하나는 문학이나 음악 등과는 달리 혼자서만 가질 수 있고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금전적 측면이다.
이런 양면성 때문에 명작은 감동의 대상이 되면서 동시에 그 가격은 항상 세인의 입에 오르내린다. 후자의 특성상 미술품은 하나의 훌륭한 투자 상품이 된다. 피카소가 “예술은 돈”이라고 말했듯이….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은 보유하는 동안 배당, 이자, 집세 등을 발생시키고 양도하면 자본이득을 가져다준다. 이것처럼 미술품도 소장하는 동안 감상이라는 무형의 효용을 제공하고 때에 따라서는 미술관 등에 빌려주어 임대료를 받을 수 있고 팔 경우엔 매매 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
미술품을 어엿한 투자상품으로 인정하는 오랜 역사를 지닌 선진국에서는 당연히 미술시장이 잘 발달돼 있다. 미술품에 대한 투자 역시 유가증권이나 부동산에 대한 투자처럼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개인고객관리(Private Banking)의 주된 대상으로 웬만한 은행에서는 VIP고객의 미술품 투자(구입, 판매, 포트폴리오 교체, 보관, 자문 등)를 위해 ‘아트 뱅킹’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아트 앤드 옥션’지 4월호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드레스너 클라인워트 캐피털(드레스너은행의 자회사)이 주축이 돼 3억5000만달러 짜리 미술품 투자 펀드(Fine art fund)를 조성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의 미술품 투자 평균 수익률이 지난 3년간 54%를 나타냄으로써 주식이나 다른 어떤 상품의 수익률보다도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며 올림픽에 이어 월드컵을 개최하고 국민소득 수준으로도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한국도 미술품을 건전한 투자대상으로 인식할 때가 됐다.
침체된 미술시장으로 인해 많은 유망한 젊은 작가들이 창작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김순응 서울옥션대표·경매사
◇약력
△성균관대 경제학과 △남캘리포니아대 MBA △하나은행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