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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후보 노무현]국정비전과 정책방향

입력 | 2002-04-28 18:32:00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정책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해왔다. 그의 한 정책참모도 “노 후보와 DJ의 정책의 차이는 여론조사에 비유하면 ‘오차범위 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노 후보의 27일 후보수락연설 내용이나 그가 지금까지 밝혀온 정책 대안을 들여다보면 DJ 정책노선과의 차별성이 적지 않게 드러난다. DJ에 비해 진보적 색채를 띤 대목도 적지 않다.

우선 노 후보의 정책 기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서민’과 ‘빈부격차 완화’이다. 그는 후보수락연설문에서도 “국민의 정부의 ‘생산적 복지’ 정책은 훌륭했지만 충분치 못했다”고 평가한 뒤, 분배정의 실현을 통한 빈부격차 완화와 중산층 서민생활의 안정을 특별히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위기 상황에서 정권을 인수한 DJ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 속에 생산적 복지를 가미하는 비교적 중도적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면, 노 후보는 IMF 체제 극복과정에서 심각해진 빈부격차의 해소를 우선적 과제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는 분배의 정의가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노 후보가 4대 보험의 안정적 운용,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등 복지예산을 증액하겠다는 정책노선을 밝혀온 것도 ‘성장을 위한 분배’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노 후보는 또 “재벌의 횡포와 불공정 관행을 막아야만 시장의 룰이 확립되고 경제도 활발하게 돌아간다”며 DJ보다 훨씬 강력한 재벌정책을 밝히고 있다. 그가 DJ의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 재벌규제정책 완화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

요컨대 신자유주의 물결이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정부의 부분적 개입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노 후보는 한미관계에선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한때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가 이를 거둬들이기는 했으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은 일본과 독일 수준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의 ‘미국관’도 기존 지도자와는 판이하다. 미국의 힘은 현실로서 인정하지만 눈치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노 후보측은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 수평적 관계를 만들려고 했으나 잘 안됐고 DJ 정부도 노력했으나 미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책분야에서 노 후보의 ‘독자적 색깔’은 이미 27일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정강정책 개정안에도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 ‘지방자치의 정착과 내실화’란 항목이 새로 추가된 것은 평소 ‘분권주의자’ ‘지방자치주의자’를 자처해온 노 후보의 지방화 공약을 당 차원에서 구체화한 것.

‘선진 해양수산 강국의 실현’을 위한 정책을 대폭 늘린 것도 부산출신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노 후보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는 평소 ‘편중 인사 시비를 어떻게 극복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인사는 적재적소가 가장 중요하다. 지역은 싹 무시하겠다. 숫자 안배를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추기 안 하겠다”고 대답해왔다.

전체적으로 그가 후보수락연설을 통해 밝힌 국정운영기조는 민주당의 중도개혁 노선에 자신의 개혁적 색채를 가미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DJ와의 정책노선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노무현후보 주요정책

구분

정책 내용

경제정책

-재벌의 은행 소유 지분 제한
-출자총액제한 제도 당분간 유지
-일반 기업에 대한 관료적 규제 철폐
-공기업 민영화 찬성하나 국가기간 산업망은 신중 추진

복지정책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 정책 계승 발전
-기초생활보장제도 보완
-의약분업 계속 추진하되 문제점 계속 보완

노동정책

-노사정위원회의 기능 강화(대통령 회의 주재 가능)
-주5일 근무제 노사정 합의에 의해 추진

한미관계

-한미 동맹은 외교의 기본이나 수직적 의존적 관계에서 수평적 상호협력적 관계로 변화
-한반도 평화에 직결된 문제는 한국이 주도해야
-주한미군 필요하나 한미주둔군지위협정 독일 일본 수준으로 개정

남북관계

-금강산 관광 정부 지원 찬성, 경의선 철도 연결, 남북 경협 확대
-국가보안법 폐지하되 국가 안보에 필요한 부분은 형법에 삽입하거나 대체입법으로 소화

교육정책

-공교육 평준화 기본틀 유지
-자립형 사립고, 영재교육 등으로 점차적 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