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용 휘발유와 경유 품질의 ‘등급제’ 를 놓고 산업자원부와 환경부가 논란을 벌이고 있어 등급제 시행 여부와 방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환경부는 7월 1일부터 국내 5개 정유사와 석유수입회사들을 대상으로 휘발유와 경유에 포함되어 있는 황과 벤젠 등의 함유량 수치를 공개하고 업체별로 상대평가해 1∼5개의 별(★)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환경부 전태봉(全泰峰) 대기정책과장은 “판매되는 자동차 연료가 법적 품질기준이지만 황과 벤젠 등의 함유량을 줄일 수 있도록 업체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 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올해에는 황과 벤젠(경유는 황만 평가) 두 개 항목만을 기준으로 ‘별 등급’ 을 매기지만 내년부터는 항목을 늘려 종합평가한 뒤 연료품질을 비교 평가해 업체별로 자료를 공개하고 등급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산자부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연료 환경기준이 선진국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닌데 등급을 매겨 공개하면 무한경쟁을 유발하게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산자부 염명천(廉明天) 석유산업과장은 “1등급(별 다섯 개)을 확보하기 위해 탈황설비 및 벤젠회수 시설에 1조 9000억원 가량의 투자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휘발유는 ℓ당 64원, 경유는 ℓ당 29원의 소비자가격 인상요인이 생긴다” 고 말했다.
염 과장은 “경유의 황 함유량 기준은 430ppm으로 미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500ppm)보다 엄격한데다 5개사 실제 배출량도 240∼390ppm으로 양호한 편” 이라며 “업체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는 등급제를 법적 근거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 고 말했다.
이에대해 전 과장은 “미국과 유럽연합(현재는 350ppm)은 경유 황 함유량 기준을 2006년경에는 15ppm까지 낮출 계획이고 국내 환경기준도 강화할 계획” 이라며 “자동차 연료 품질 등급제는 기준 강화에 앞서 업체들이 사전 준비를 하도록 하기 위한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알아서 할 일” 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등급 부여는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평가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쳐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고 말했다.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