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9일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와 한나라당의 커넥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한나라당이 이에 발끈하고 나서는 등 한동안 잠잠했던 여야의 ‘최규선 공방’이 재연될 조짐이다. 최씨의 ‘거액 제공설’을 처음 폭로한 설훈(薛勳) 의원이 증거물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궁지에 몰렸던 민주당은 노무현(盧武鉉) 후보 확정 등 당 체제가 정비되자마자 역공을 취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공세 재개〓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 언론에 보도된 미국 스티븐 솔라즈 전 의원의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최씨는 작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방미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며 “이는 이 전 총재와 최씨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한나라당 주장을 뒤집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이어 “제보가 있다”며 △이 전 총재의 방미 중 면담인사 및 면담에 도움을 준 인사의 공개 △방미일정 수립시 최씨와 접촉한 한나라당 인사와 논의내용의 공개를 요구했다.
또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은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은 최씨와 7, 8차례 만났는데 이 중 3, 4번은 단둘이 만났다. 단둘이 만나 무엇을 했는 지 밝혀라”며 은근히 최씨의 거액자금 제공설을 건드렸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이 전 총재는 홍사덕(洪思德) 의원이 주최한 용산미군기지 관련 세미나에서 최씨와 악수 한번 나눈 게 전부라고 했지만, 다른 이야기가 제보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반발〓이회창 후보측 이병석(李秉錫)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 전 총재는 방미 때 최씨에게 어떠한 도움이나 주선도 요청한 적이 없음을 거듭 밝힌다”며 “민주당은 음해공작의 배후를 즉각 공개하고 음해 나팔수인 설훈 의원을 즉각 사퇴시켜라”라고 요구했다.
윤여준 의원은 “검찰에 출두해 이미 할 말을 다한 만큼 더 이상 해명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며 “여당은 근거 없는 의혹만 자꾸 제기하지 말고 녹음테이프나 내놔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사덕 의원도 “1월 열린 용산 미군기지 이전 관련 세미나는 내가 미국 인맥이 두터운 최씨에게 부탁했던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노무현 바람이 사그러들고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니까 민주당이 비열한 음해공작을 재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