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가 숨진 고(故) 최종길(崔鍾吉) 서울대 법대 교수의 사망과 관련해 88년 검찰 조사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중앙정보부 직원들이 사전에 진술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29일 “88년 검찰 조사를 받던 중정 간부 및 직원들이 최 교수가 당시 중정 지하조사실에 있다가 7층 합동심문조실로 올라간 시간을 ‘오후 저녁 무렵’으로 미리 진술을 맞췄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사고가 난 중정 건물에 있던 인물들의 이동시간은 최 교수 사망의 진상을 밝히는 데 중요한 사안으로 이들이 사전에 의견을 조율한 것은 진실을 왜곡 또는 은폐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시 최 교수가 조사를 받던 7층 합동심문조실은 간첩의 자백을 받거나 회유를 하는 곳으로 최 교수가 실제로 7층에서 조사를 받았다면 왜 그곳에서 조사를 받았는지 밝히는 것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타살이나 자살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간첩 혐의 또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결과만을 내놓은 채 사건을 종결지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