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 분장을 한 배우가 학생 관객을 불러 머리 위로 속이 빈 막대를 세우고 자석을 떨어뜨리고 있다.
‘명랑 과학’이 뜨고 있다. 웃고 떠들며 몸으로 과학을 즐기는 명랑 과학이 연극, 강연회, TV, 학교 등 곳곳에서 각광받으며 과학 대중화의 폭을 넓히고 있다. 딱딱하거나 무엇을 가르치려 드는 기존 행사들에 비해 명랑 과학은 유쾌하게 과학을 즐기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올해 처음 선보인 과학 연극은 전문 배우들이 재미있는 줄거리를 과학 실험과 엮어 인기를 끌고 있다. 과학 연극 전문회사인 매드사이언스는 3월 서울과학관에서 ‘아슬아슬 실험놀이’라는 30분짜리 과학 연극을 공연해 보름동안 1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배우들이 바늘 침대 위에 올라가고 무거운 추를 던지며 ‘위험천만한(?)’ 과학 실험을 하는 동안 관객들은 웃기는 대사와 과장된 몸짓, 흥겨운 음악과 함께 과학을 마음껏 즐겼다.
마법사로 분장한 배우가 자석을 액체 질소에 담궈 초전도 자석을 만들고 있다. TV에서도 SBS 호기심천국의 성공을 계기로 명랑 과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교육방송(EBS)은 3월부터 과학과 영화, 퀴즈를 결합한 ‘씨네퀴즈-과학을 잡아라’를 시작했다. 영화 ‘허드서커 대리인’을 보며 훌라우프의 원리를 퀴즈로 풀고, 온 가족이 나와 줄다리기로 답변 기회를 겨루며, 개그맨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딱딱한 과학은 찾아볼 수 없었다. KBS, MBC에서도 빵, 달걀 등 생활 속에 숨어 있는 과학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다. EBS 임민효 씨(홍보실)는 “씨네퀴즈는 EBS의 성인 프로그램중 시청률 3위안에 들 정도로 인기”라며 명랑 과학에 대한 시청자의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물리학회 홍보간사인 포항공대 김승환 교수(물리학과)는 “에버랜드 놀이기구를 타면서 놀이기구의 물리학을 과학자들과 함께 직접 체험토록 하는 등 앞으로 유쾌한 과학 행사를 많이 열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에서 부는 명랑 과학 바람은 초중고 학교에서도 뜨겁다. 과학 시간에 영화를 보며 과학 개념을 함께 토론하고, ‘파이(π)의 날’인 3월 14일에는 수학 시간에 쵸코파이를 먹으며 π의 역사를 배운다. 과학 원리로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과학을 소재로 동화를 쓰도록 하는 교사도 있다. 명랑 과학이 모든 학습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일깨우고,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톡톡히 도움을 주고 있다.
‘재미있는 과학수업’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김영학 교사(일산 백마중)는 “명랑 과학을 즐기다 보면 학생들이 원리나 개념을 깊이 이해하는 데다 어려서부터 과학을 어려워하지 않고 즐거움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