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의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이 29일 프랑스 대선에 돌풍을 몰고온 극우파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에게 강한 태클을 걸었다.
‘프랑스 예술축구의 그라운드 지휘자’로 불리는 지단은 이날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 소재지인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르펜 당수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단은 지난해 사상 최고의 몸값을 받고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지단은 ‘프랑스 앵포’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만 요즘 일어나는 일이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면서 “프랑스적 가치와 동떨어진 당(FN)에 투표하는 행위가 가져올 심각한 결과를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30%에 가까운 유권자가 투표하지 않은 결과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그 사람(르펜)’이 결선에서 맞붙게 됐다”며 “모두 투표장에 나가 (르펜에게)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5월5일 대선 결선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프랑스의 국민적 영웅인 지단이 르펜 당수를 공개 비난한 것은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 2002년 월드컵을 한달 앞두고 지단의 일거수 일투족은 프랑스인의 주요 관심사가 돼왔다. 브뤼노 골니시 르펜 선거운동본부장이 “르펜 당수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서둘러 반박 논평을 내고 진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
지단은 마르세유에 정착한 알제리 이민자의 아들. 이민반대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운 인종차별주의자 르펜 당수와는 태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좌충우돌식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아온 르펜 당수는 96년 북아프리카 이민 출신과 흑인들이 포함돼 있는 프랑스 축구대표팀을 물고 늘어졌었다. “외국선수를 데려와 프랑스 국가대표팀으로 세례를 준 것은 너무 속보인다” “흑인들이 많이 뛰는 대표팀은 진정한 국가대표가 아니다” “마르세예즈(프랑스 국가)도 못 부르는 자가 프랑스 국가대표로 뛴다” 등 온갖 험구를 퍼부었었다.1일 대선 1차 투표 이후 럭비 국가대표팀도 극우파 반대를 천명하는 등 프랑스 예술 연예 스포츠계 인사들 사이에서 르펜 당수 반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흑인인 프랑스 국가대표 축구팀 주장 마르셀 드사이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르펜은 파시스트”라고 성토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