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에 올 들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 회복과 월드컵 특수 등으로 전반적인 광고시장 규모가 크게 늘고 있지만 ‘나눠먹기식 혜택’은 사라졌다.
또 광고 제작의 선진 노하우를 가진 외국계 광고대행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져 한국 광고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고업계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력에 따른 업체간 우열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선두 주자 제일기획의 독주〓10대 광고회사의 올 1·4분기(1∼3월) 실적을 분석한 결과 광고회사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업계 선두주자인 제일기획은 총 2470억원의 취급액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나 늘었다. 제일기획의 1·4분기 실적은 LG애드 금강기획 등 2, 3위 업체의 취급액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반면 LG애드의 올 1·4분기 취급액은 132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 성장하는데 그쳤으며 금강기획은 6% 증가한 950억원이었다.
현대증권 한승호 애널리스트는 “계열 광고대행사에 광고 물량을 몰아주던 광고주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대행사를 선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영업력에 따라 광고대행사간 실적이 차별화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1·4분기에 실적이 저조한 회사들이 공격적인 수주 경쟁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신규 광고주 영입을 위한 광고대행사간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계 광고회사의 급성장〓10대 광고회사의 1·4분기 실적을 보면 특히 외국계 광고회사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1998년 12월 SK그룹 계열 태광멀티애드를 인수하면서 한국에 진출한 미국계 TBWA코리아는 올 1·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69%나 증가한 750억원의 취급액을 올렸다.
TBWA코리아는 경기 둔화로 거의 모든 한국계 광고회사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지난해에도 취급액이 40.1%나 증가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보광그룹과 일본 1위 광고회사 덴쓰와의 합작사인 휘닉스커뮤니케이션도 올 1·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45% 늘어난 359억원의 취급액을 올렸다.
미국계 JWT가 지난해 9월 한국의 애드벤처월드와이드를 인수하면서 설립한 WPPMC코리아는 올 1·4분기 350억원의 취급액으로 단숨에 광고업계 7위로 뛰어올랐다.
이밖에 맥켄에릭슨코리아(미국계) BBDO동방(미국계) 등도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계 광고회사들의 선전(善戰)으로 이들이 한국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98년 7.6% △99년 13.1% △2000년 33.3% △2001년 36.1%로 급증하는 추세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