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인종차별 역사의 상징 ‘호텐토트 비너스’가 200년 만에 고향인 아프리카로 돌아간다.
프랑스 정부는 29일 19세기 유럽에서 ‘인간 전시품’으로 이용됐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원주민 코이코이(네덜란드어로 호텐토트)족 여성 사르지에 바트만의 뼈와 보존된 장기 일부분을 프랑스 주재 남아공 대사에게 전달했다.
이날 대사관에서 열린 반환식에서 로제 제라르 슈바르젠베르그 프랑스 연구부 장관은 “수없는 공격과 치욕을 견뎌낸 뒤 바트만은 존엄을 되찾았다”며 “바트만은 이제 정의와 평화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바트만은 1789년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나 1810년 “돈을 벌게 해 주겠다”는 영국인 의사의 말에 속아 런던에 왔다. 코이코이족 특유의 튀어나온 엉덩이와 유난히 큰 생식기를 가진 바트만은 단번에 유럽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는 영국과 파리의 서커스단과 박물관, 술집, 대학 등을 순회하는 구경거리가 됐다. 당시 영국인들은 우리 안에 갇혀 춤을 추거나 야수를 흉내내는 그를 보는데 1실링씩을 냈다. 구경 행렬이 뜸해지자 그는 사창가에 넘겨졌다가 1816년 사망했다.
죽어서도 바트만은 자유롭지 못했다. 프랑스 과학자들은 바트만의 시체를 해부한 뒤 뼈와 성기, 뇌를 보존해 1974년까지 파리의 인류박물관에 전시했다.
코이코이인들은 95년부터 줄곧 바트만의 반환 운동을 벌여 왔다. 그러나 법적으로프랑스 정부의 재산으로 돼 있어 반환이 허락되지 않다가 올해 2월 관련법이 개정됐다. 남아공 정부는 그를 고향땅에 묻은 뒤 별도 기념관을 세울 계획이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