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화교협회 회원인 우신승-송복임(회장)-우신폐-왕배리씨(왼쪽부터).
《“월드컵 열기는 후지(富士)산의 용암처럼 안에서 끓어오르고 있으며 벚꽃처럼 피었다 질 것입니다.” 한일 월드컵 경기 개최지에서 만난 많은 일본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실제 그랬다. 들뜬 분위기는 없었다. 하지만 월드컵을 세계의 축제로 승화시키려는 움직임은 활발했다. 월드컵 D-30일을 맞아 공동 개최국 일본의 월드컵 준비 상황을 살펴본다.》
지난달 24일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후쿠로이(袋井)시 미쓰가와(三川) 소학교(초등학교) 점심 시간.
이 학교 6학년생 오바 도시노리(大場俊典·11)는 러시아식 수프를 맛보며 “집에서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 신기하다”면서 맛있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오바군은 2주일 전에 학교 급식으로 나온 독일 요리도 맛있게 먹었다. 오바군 담임인 다다키 도시히로(高木敏宏) 교사는 “월드컵 참가국 음식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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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서포터스 클럽
오바군은 점심식사를 한 뒤 녹색 종이학을 접기 시작했다. 이 종이학은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로 카메룬 선수단에 전달될 예정이다. 카메룬팀 벤치에 이 종이학들이 걸렸으면 하는 것이 학생들의 소망이다. 이 녹색 종이학은 인근 후쿠로이키타(袋井北) 소학교와 야마나(山名) 소학교가 접은 붉은색, 노란색 종이학과 어우러져 대형 카메룬 국기로 만들어질 예정. 오바군은 “꼭 이겨달라는 마음을 담아 학을 접고 있다”고 말했다.
카메룬 러시아 벨기에 독일 등 4개국이 1차 예선전을 치르는 에코파 경기장이 있는 후쿠로이시는 인구 6만1000명인 작은 도시. 이 도시 중학교와 소학교 학생들은 이들 4개국 가운데 한 나라를 택해 ‘한 학교 한 나라 응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먼 이국에서 경기를 펼치는 어떤 나라도 외롭지 않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미쓰가와 소학교는 비록 카메룬을 응원하지만 다른 참가국들에 대한 ‘문화체험’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자기 고장에서 경기를 치르는 국가에 대한 ‘전문가’가 되고 있다.
시즈오카현만이 아니다. 고베(神戶) 오이타(大分) 요코하마(橫濱) 등 월드컵 경기가 벌어지는 곳의 학교들은 대부분 이같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역 주민들도 특정 국가에 대한 서포터(지지자)가 돼 응원을 계획하고 있다.
고베 윙스타디움 주변 4개 소학교는 나이지리아 러시아 스웨덴 튀니지 등의 대사관 및 영사관 직원, 시내 거주 외국인 등을 초청해 간단한 인사말과 의식주 문화 등을 배우고 대형 응원기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스웨덴을 응원하는 와다사키 소학교 5, 6학년생은 스웨덴인을 초청해 스웨덴식 과자를 굽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학생들은 해당국 언어로 된 인사말로 격문이 담긴 응원 깃발을 만들었다. 이 깃발은 고베시 중심가 산노미야센터 거리에 5월말까지 걸려 있다가 각국 대표단에 전달될 예정이다.
카메룬이 훈련 캠프를 차린 오이타현 나카쓰에(中津江)촌 나카 중학교는 음악시간에 카메룬 국가를 공부했다. 나카쓰에 소학교는 점심에 카메룬 요리를 먹었다. 사이타마(埼玉)현 소학교들도 사이타마에서 경기를 갖는 나라들의 요리를 맛보고 있다. 중학생들이 참가국 홈페이지를 만드는 열풍이 부는 등 일본 학교는 월드컵 열기에 젖어 들고 있다.
시민들의 ‘세계 이해하기’도 활발하다. 오이타현은 현 전체를 5개 지역으로 나눠 시민들의 응원 및 환영 행사를 진행중이다. 멕시코 이탈리아 벨기에 튀니지 카메룬 등 참가국의 어학 교실과 요리 교실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이탈리아 훈련 캠프인 오이타현 시이키시에서는 ‘포르자 이탈리아(힘내라 이탈리아)’라고 쓴 티셔츠가 유행하고 있다. 러시아 훈련 캠프인 시즈오카현 시미즈(淸水)시에는 상점마다 ‘힘내라 러시아’라고 일본어와 러시아어로 나란히 적힌 배너가 걸리는 등 시민들이 참가국들을 환영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요코하마시의 ‘서포터스 스테이션’은 대중교통수단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요코하마시 지하철 역 32개에 월드컵 출전국 1개 나라씩을 정해 그 나라의 특색이 담긴 선전물을 전시하는 행사. 요코하마시 교통국은 역과 국가만을 정한 뒤 지역 주민과 학생이 선전물을 만들어 전시하는 시민 참여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요코하마시 고호쿠(港北)구는 ‘월드컵 학원’을 열어 요코하마에서 경기를 갖는 나라를 이해하는 강좌를 열었다. 매 강좌마다 40여명의 시민이 꾸준히 참가했다. 비록 적은 수이긴 하지만 이같은 자발적인 강좌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고호쿠구 이마이 가쓰타카(今井和隆·50) 지역진흥과장은 “구별로 응원할 국가를 정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각 구에서 자발적인 응원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월드컵 출전 32개국을 모두 환영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기본 정신”이라고 말했다.
▼‘한 나라 한 학교 응원운동’지도 시오노야교사
“월드컵은 국제화 교육의 소중한 기회죠. 학생들이 고향에서 열리는 행사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후쿠로이시 미쓰가와 소학교 ‘한 나라 한 학교 응원 운동’을 지도하는 시오노야 가즈히코(鹽谷一彦·44) 교사는 “월드컵 참가 선수들을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이 운동이 시작됐다”면서 “학생들이 응원할 나라인 카메룬을 알고 싶어하면서 국제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인터넷으로 카메룬에 관한 정보를 찾고 아프리카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세계를 보는 눈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은 복도 게시판에 위치 인구 공용어 등을 담은 카메룬 정보판을 만들었다.
“흔히 국제화 교육은 미국 영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월드컵을 맞아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지닌 나라가 많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지요.”
후쿠로이시 응원 운동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후쿠로이시 4개 중학교 대표가 회의를 갖고 응원할 나라를 정한 뒤 중학교별로 같은 학군에 있는 소학교와 연계를 맺었다. 미쓰가와 소학교는 인근 슈난(周南) 중학교와 ‘카메룬의 날’을 정해 응원 아이디어를 모았다.
월드컵 경기 입장권이 없는 학생들은 경기 당일 후쿠로이시청 앞 잔디밭에 마련될 대형 전광판 TV 앞에 모여 카메룬을 응원할 생각이다. 응원장은 학교별 응원 아이디어 경연대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