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의 이산(離散) 시인.’
52년 수절 끝에 북쪽 남편 임한언 할아버지(74)를 만난 정귀업 할머니(75)는 이번 방북기간에 이렇게 불렸다. 정 할머니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선 시(詩)보다도 절절한 이산가족의 한과 정서가 묻어났기 때문이다.
“지금도 못 만났으면 넋새가 돼 울고 다닐 것이다.”
반세기 동안의 이산과 상봉의 한을 할머니는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달 29일 남편 손을 잡고 금강산 구룡연을 찾은 할머니는 “하늘과 땅을 합친 것만큼 좋다”고 기뻐하더니 헤어지면서는 “시계바늘이 한 점도 쉬어주질 않아요. 가다 보면 아주 가는 날 있겠지. 그때는 후회 없이 가자”고 말했다.
이날 밤 할머니는 숙소 앞에서 “침대도 두 개인데 같이 잘 수 없을까. 누구한테 떼쓰면 될까. 김정일한테?”라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그리고 30일 작별상봉 때는 남편에게 연인처럼 다짐을 놓았다.
“사진 보며 내 생각해요. 나도 보고 싶으면 사진 볼 거야.”
그러나 그것도 잠시,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이 다가오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52년을 혼자 살았는데 어떻게 또 혼자 가요. 나 집에 안 갈거야. 이제 어떡하라고요….”
할머니는 남편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랫동안 도리질을 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