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29일 대전의 TV토론회에서 언급한 ‘역(逆) 정계개편’론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 후보가 “야권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여권 인사들과도 손잡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 것은 일단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盧武鉉) 후보 측과 소원해진 이인제(李仁濟) 의원 및 민주당 내 구여권 출신 인사들을 지목한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발언은 당장 민주당 내 특정세력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측근들은 설명하고 있다.
30일 대선후보 경선 참석차 대전을 방문한 이 후보도 “종전 입장 그대로이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의 이종구(李鍾九) 특보는 “이 후보의 발언은 민주 대 반민주, 보혁(保革)구도의 인위적 정계개편에 반대하고 개혁적 보수 등 우리와 뜻이 맞는 사람과는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이다”며 “이는 노 후보처럼 표를 얻기 위한 정략적 정계개편 논의와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현재 한나라당 쪽에 관심을 갖는 민주당 인사는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내의 일부 보수성향 인사들도 지난해 당정쇄신과정에서 ‘쇄신파’로 변신, ‘노무현 후보-한화갑(韓和甲) 대표’ 체제의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수대연합 구도가 가시화될 경우 ‘노-한 체제’에 불만을 가진 일부 인사들, 특히 이인제 후보 진영에 참여했던 일부 보수성향 의원들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민주당 관계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