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동물농장의 녹화시간은 유쾌한 시간이다. 개그맨 신동엽은 동물들의 행동이 자기보다 더 웃긴다며 매번 박장대소를 한다. 씩씩하기로 유명한 개그우먼 정선희도 녹화를 하다보면 그렇게 눈물 많고 감성이 풍부한 사람일 수 없다. 자료화면이 나가는 동안 조금이라도 ‘짠한’ 장면이 나오면 그녀의 눈엔 십중팔구 눈물이 고여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물들의 힘은 어디 있을까? 그것은 바로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동물다움’에 있다. 우선 ‘동물다움’의 대표적 속성은 ‘참을 수 없는 동물들의 식성’이다. 먹는 것 앞에서는 체면도 없다. 계속해서 먹이를 준다면 그들은 말 그대로 배가 터져 죽을 때까지 먹을 지도 모른다. 먹보 오랑우탄 ‘우탄이’가 뼈를 깎는 고통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모습도 그래서 필요하다.
‘동물다운’ 속성의 또 한가지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다. 동물들은 새끼를 많이 낳는다. 개는 7∼9마리, 애완돼지는 14마리까지도 낳는다. 출산하자마자 새끼를 둘러싼 막을 일일이 핥아 거둬주는 어미의 모습은 참으로 감동스럽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한 야생 어미 원숭이가 죽은 지 3일된 새끼를 계속 품에 품고 다니며 입을 맞추고 흔들어 보는 모습은 너무나 가슴아픈 ‘동물다운’ 모습이었다.
5일부터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개성시대’ 코너가 다시 시작된다. 10여마리의 개를 키우는 가수 고영욱의 집을 무대로 펼쳐지는 일종의 ‘동물 시트콤’이다.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등장하는 개들은 모두 각각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이 집에는 중요하고 소중한 진리가 숨어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개들이 개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식욕도 성욕도 아닌, 인간과 개를 하나되게 하는 사랑의 힘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살아있는 생명체는 진실한 사랑에 따뜻이 반응하게 마련이다. 사랑 역시 ‘동물다운’ 속성 중 하나다.
프로를 만든 뒤 한가지 씁쓸한 것이 있다면 타 방송사의 유사프로들이 동물답지 못한 인위적인 모습을 동물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불 속을 통과하고 외줄을 타고 한글을 읽는 등 ‘동물답지’ 못한 재주가 그리 유쾌해 보이지 않는다.
‘동물농장’ 제작진이 항상 고민하는 것은 ‘동물적인’모습을 최대한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솔직하고 확실하게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라 생각한다.
박두선 SBS ‘TV동물농장’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