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호씨(오른쪽)와 부인 이상미씨 아들 성민군(9)
“군대 생활이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이제야 진짜 남자가 된 것 같아요.”
단 하루라도 철책 근무를 해 보고 싶다는 자신의 희망이 받아들여져 입대 기회를 갖게 된 뇌성마비 1급장애인 박세호씨(34·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는 1일 오후 열린 명예전역식에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다른 신병들과 함께 지난달 30일 오전 부산에서 출발하는 입영열차를 타고 경기 의정부시의 306보충대를 거쳐 서부전선 최전방 부대인 육군 전진부대 신병교육대에서 1박2일의 신병교육을 무사히 마친 박씨는 수색대대에 배속된 뒤 명예전역을 했다.
박씨는 입소 첫날 군복과 군번 등이 지급되자 사뭇 감격해 했으며 제식 및 총검술 훈련에 참여해 다른 신병과 똑같은 동작을 취하기 위해 애를 쓰기도 했다.
이틀째인 1일 오전에는 자신이 그토록 희망했던 철책 근무에 나섰다. 북한과 마주한 최전방 경계초소에서 휠체어에 앉아 ‘경계총’ 자세로 북녘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비장해 보였다는 것.
전진부대 관계자는 “짧은 기간이나마 다른 신병과 똑같은 훈련을 받도록 했는데 가장 열의를 보여 다른 신병들이 놀랐을 정도”라며 “많은 젊은이들이 박씨와 같은 애국심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분단의 현실을 제대로 알 수 있었으며 ‘내 손으로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건강한 젊은이라면 정말 열심히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2월 가수 유승준씨의 병역기피 파문 직후 국방부 홈페이지에 ‘단 하루라도 철책 근무를 서게 해 달라’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았던 그는 88장애인 올림픽 2관왕이며 ‘한 팔로 건져 올린 세상’이란 제목의 자서전을 출간하기도 했다.
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