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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Mr.코즈모폴리턴' 패션평론가 심우찬씨

입력 | 2002-05-02 14:15:00

심우찬씨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민미술관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첫째, 영어를 포함해 외국어를 2개 이상 구사한다. 그것도 완벽하게.

둘째, 스카이 마일리지가 10만 마일을 넘는다.

셋째, 세계 주요 도시마다 단골 호텔이 있다.

넷째, e메일 주소가 3개 이상이다.

다섯째, CNN이 아니라 BBC 영어를 쓴다.

패션 평론가 심우찬씨(38)가 제시한 코즈모폴리턴의 몇가지 특징들이다. 심씨는 파리의 패션 광고 및 컨설팅 회사인 DSP의 아시아 퍼시픽 담당 매니저다. 패션 전문지에 칼럼을 쓰거나 파리에 진출하려는 한국 디자이너, 한국에 진출하려는 파리 디자이너들에게 자문을 한다. 그는 최근 열린 파리 프레타 포르테에서도 ‘활약’했다.

심씨는 어떤 점에서는 자신이 주장하는 코즈모폴리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한 심씨는 영어와 일어에도 능통하다. 파리의 패션스쿨 에스모드에서 2년간 디자이너 공부를 했고 도쿄의 패션회사 ‘히로코 고시노’에서 3년간 홍보와 국제 비즈니스 업무를 맡아 했다. 94년 다시 파리로 돌아가 지금껏 살고 있다.

그는 1년에 200일 정도 파리에 머물며 나머지는 뉴욕 런던 밀라노 도쿄 서울 등 세계 주요 도시로 출장을 다닌다. 대한항공과 에어 프랑스 마일리지가 각각 40만, 30만 마일이다. 뉴욕에 가면 미드타운의 로열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몬드리안, 런던에선 샌더슨 호텔을 애용하고 도쿄와 서울에 들르면 파크 하얏트와 하얏트 호텔에 묵는다.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 심씨와 연락하려면 전화 보다는 그의 e메일 주소 4가지중 어느 하나로 하는 게 빠르다.

“뉴욕은 세계 패션산업의 수도나 다름 없어요. 워낙 큰 시장이어서 중요한 비즈니스는 뉴욕에서 이뤄져요. 로스앤젤레스는 할리우드와 신흥 소비계층이 있어 패션 업계에서는 새롭게 주목하는 도시지요. 제가 좋아하는 곳은 런던이에요. 뉴욕과 비행기로 6시간 거리여서 유럽과 미국의 중간 지점이라 할 수 있거든요. 마돈나와 니콜 키드먼처럼 런던으로 이사한 연예인들도 많아요. 그리고 미국 문화의 정신적 지주는 영국이잖아요.”

심씨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스런’ 미국식 영어가 아니라 ‘고급스런’ 영국식 영어를 쓰려고 애쓴다. 기네스 팰트로가 줄리아 로버츠보다 2년 먼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 쥔 비결도 영국식 영어를 구사해 미국 상류층의 정서에 부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심씨는 쇼핑 습관도 코즈모폴리턴적이다. 명품을 선호하는 심씨는 미국 유럽 아시아의 패션도시 이곳 저곳을 다니며 할인폭이 크거나 할부 기간이 긴 찬스를 노린다. 캘빈 클라인 속옷은 파리에서 구입할 수가 없어 뉴욕에 들를 때마다 산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명품을 드러내놓고 걸치고 다니지만 이를 졸부스러운 작태로 터부시하는 파리에서는 상표를 떼고 입을 정도로 티를 안 내려고 합니다.”

세계 여러 도시의 선남선녀들을 만나보며 심씨가 내린 결론은 ‘불녀미남(佛女美男)’.

“남성은 역시 돈이 많아 여유 있어 보이는 미국 남자가 멋있고 여성은 드세지 않으면서 자립심 강한 프랑스 여자들이 아름답습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