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백화점에서 어린이날 받고 싶은 선물, 주고 싶은 선물이 무엇인지 조사했더니 어린이들은 휴대전화를, 어른들은 책 또는 도서상품권을 1위로 꼽아 선물에 대한 세대차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그나마 부모와 자녀가 책 선물로 합의를 보았다 해도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의견차가 드러난다. 아이들은 TV 만화 시리즈에서 낯익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그림책이나 만화에 먼저 손이 가고, 어른들은 나름대로 ‘양서’를 골라주려 하지만 안목 없음을 실감하고 결국 조르는 아이들에게 항복한다. 매년 되풀이되는 어린이날의 풍경 아닐까.
내년에도 어김없이 돌아올 어린이날을 위해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펴낸 ‘북페뎀’ 1권 ‘어린이 책’을 권한다. ‘북페뎀’(BOOKPEDEM)은 출판기획(Planning), 생산(Editing), 디자인(Design), 마케팅(Marketing)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로 사실 출판인들의 재교육을 위해 창간된 무크지다. 그러나 창간호의 주제인 ‘어린이 책’은 일반 독자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많다.
예를 들어 당장 책을 구입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로 전문가들이 뽑은 분야별 베스트북이 있다.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으로 ‘세밀화’ 시리즈와 ‘한국생활사박물관’ ‘어린이미술관’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시리즈 등을 꼽았고, 문학성이 돋보이는 책으로는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 채인선의 ‘내 짝꿍 최영대’, 박기범의 ‘문제아’ 등이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일러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책으로도 꼽혔고, 그 밖에 ‘나비를 잡는 아버지’ ‘비나리 달이네 집’ ‘압록강은 흐른다’ ‘노란 우산’ 등이 독특한 일러스트로 주목받았다.
여유가 있다면 ‘북페뎀’의 기획특집 ‘어린이 책 출판의 모든 것’도 읽어보자. 물론 어린이 책을 기획하고 출판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담긴 글이지만, 좋고 나쁜 책을 고르는 눈을 기르고 국내 어린이 책이 안고 있는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현장 편집자들이 허심탄회하게 밝힌 ‘어린이 책의 현재와 미래’(출판 대담)를 통해 초등학교 저학년용 책들은 풍성한 반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책 골라주기가 어려워지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길벗 어린이’의 고대영 주간은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엄마가 성의 없이 건성건성 읽어주면 아이들이 좋아할 리 없다”고 말한다. 서점에 가서 부모와 자녀가 고른 책이 다를 경우 “아이가 좋아하는 것 한 권, 엄마가 좋아하는 것 한 권’ 이렇게 합의를 보라는 친절한 조언까지, ‘북페뎀’은 가정의 달 5월의 고민을 조금은 해결해 준다.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