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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히딩크호 “마지막 담금질”

입력 | 2002-05-02 17:56:00


간간이 비를 뿌린 흐린 하늘만큼이나 선수들의 표정도 무거웠다.

23명의 월드컵 엔트리에 포함됐다는 기쁨보다 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큰 탓이었을까.

하지만 월드컵 4회 출전에 빛나는 ‘맏형’ 황선홍(34·포항스틸러스)의 얼굴에 웃음이 비치면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한국축구대표팀 ‘히딩크 사단’이 2002월드컵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에서 21일간의 마무리 담금질에 들어갔다. 지난해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숱한 합숙 훈련을 거듭해왔지만 이번만큼 선수단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 것은 처음이었다. 그나마 선수들이 긴장을 풀 수 있었던 것은 공항에서, 숙소 앞에서 달려드는 팬들의 사인공세 덕이었다.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만큼 이내 선수들의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오전 선수단에 앞서 제주에 도착해 서귀포 동부구장 등 몇 군데 그라운드를 돌아보며 선수단 훈련 장소를 물색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3일부터 시작되는 본격 훈련 장소를 결정할 예정인데 당초 훈련 장소로 계획했던 강창학구장은 바람이 심해 세트 플레이 등 정교한 세부 전술을 가다듬는 데 지장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전지훈련 기간 취재진의 선수단 호텔 출입도 사절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 남은 기간 선수들의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일체의 장애요인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대표팀은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 스코틀랜드(16일·부산), 잉글랜드(21일·서귀포시)와 잇따라 평가전을 치른 뒤 22일 경기 파주 트레이닝센터로 이동해 마지막 전력 점검을 하고 26일 수원에서 프랑스와 월드컵 최종 리허설을 갖는다. 월드컵 본선과 똑같이 빡빡한 일정 속에 강도 높은 실전 트레이닝을 실시해야 마무리 훈련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히딩크 감독의 전략적 스케줄에 따른 것이다.

서귀포〓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