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3남 홍걸(弘傑)씨와 최규선(崔圭善)씨 간의 ‘좋지 않은 소문’을 오래 전 국가정보원의 보고를 통해 파악하고도 대책에 소홀했던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것이 결국 오늘날 대통령 주변의 온갖 비리를 키워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속기소된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은 담당재판부에 낸 탄원서를 통해 2년 전 김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국정원의 책임 아래 최씨를 조치하라고 했으나 홍걸씨와 권노갑(權魯甲)씨가 오히려 국정원이 허위정보를 만들었다고 역공했다는 것이다. 이후 김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홍걸씨와 최씨에게 경고 이외에 어떤 적극적 조치를 취했는지 흔적이 없다.
이 바람에 홍걸씨의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김 대통령이 국정원 보고를 묵살하거나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세간에는 김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막내아들 사랑이 지극하고 그것이 국정원 보고보다는 오히려 아들의 말을 더 믿는 쪽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있다. 청와대는 이런 김 대통령의 심기를 살펴 그냥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 전 최규선씨가 “사직동팀 조사를 받게 됐을 때 홍걸씨가 아버지에게 얘기해 줘 고맙게 생각했으며 결국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고 한 얘기도 이와 맥이 닿는 얘기다. 야당과 언론이 홍걸씨에 관한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근거 없는 얘기라고 잡아떼기만 했던 것도 아들의 얘기만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 대통령의 아들 문제에 대한 느슨한 태도는 결국 친인척 비리를 양산해 임기 말 국정혼란을 부채질했다. 김 대통령의 인과응보(因果應報)다. 아들 처조카의 여러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친조카마저 사기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으니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김 대통령의 대답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