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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창혁/˝노풍이 3金 부활시키고 있네˝

입력 | 2002-05-02 18:33:00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은 2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이 날짜 조간신문을 보다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이 3김을 부활시키고 있네…”라고 말했다. 눈길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전날 상도동을 방문해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 머리 숙여 절하는 사진에 머물러 있었다.

이 의장의 혼잣말을 듣고 있던 의장실의 한 관계자는 “노풍의 최대 수혜자는 YS인 것 같습니다. YS는 요즘 엔도르핀이 솟구칠 겁니다”라고 맞받았다.

이런 대화장면은 의장실만의 모습이 아니었다. 국회 의원회관 곳곳에서 비슷한 대화들이 오갔다. 심지어 얼마 전에 종영된 TV 사극 ‘태조 왕건’을 인용하며 “노 후보가 YS를 마치 상부(上父) 어른 모시듯 하더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YS는 요즘 ‘상한가’다. 그가 98년 2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는 지난달 YS가 김혁규(金爀珪) 경남지사 출판기념회에 참석한다는 소리를 듣고 ‘불청객의 박대’를 감수해 가면서까지 달려갔다. 그리고는 “존경하는 김 전 대통령 내외분을 모신 자리에 ‘낄’ 수 있게 돼 영광이다”라고 축사를 했다.

한나라당은 그 직후 경선 대신 추대로 김 지사를 6월 지방선거 경남지사 후보로 선출했다.

노 후보는 한술 더 떠 1일 YS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부산시장 후보 세 사람의 이름을 거명하며 ‘낙점’을 구하는 태도를 보였다.

노무현씨와 이회창씨는 그러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언행을 민주대연합(노무현) 또는 국민대연합(이회창)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YS 상한가 만들기’를 무슨 무슨 연합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의문이다.

차라리 “한나라당의 부산 현역의원 17명보다 내가 부산을 위해 한 일이 더 많다”(노무현)거나 “영남이 저를 길렀고, 지켜왔다”(이회창)고 하는 편이 훨씬 솔직해 보인다.

김창혁기자 정치부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