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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북스]준비된 노년은 황혼도 아름답다 '중년·노년 예찬'

입력 | 2002-05-03 17:19:00


《우리 나라 인구의 11%인 520만명이 60세 이상이라고 한다. 평균수명도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젊음만이 예찬되는 시대다. 늙음은 무능력이며 경쟁력의 상실이다. 최근에 나온 ‘노년 예찬’과 관련한 책에는 중년 이후에야 비로소 정신적 개안(開眼)을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세 권을 함께 소개한다.》

◇ 중년이후/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247쪽 8500원 리수

중년에 들어서면 이 세상에 신도 악마도 없는 단지 인간 그 자체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추한 것 비참한 것에서도 가치있는 인생을 발견하게 되고 삶이 계산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타인의 결점이나 실패에 대해서도 웃으며 말할 수 있고 이는 관대함과 용서로 이어진다.

인간은 육체의 쇠퇴와 더불어 인생의 본질을 발견하는 재능이 솟아난다. 중년의 연륜은 미움과 절망까지도 품을 수 있다. 이해도 지식도 지혜도 사려분별력도 나이만큼 쌓인다.

중년 이후에는 진격보다는 철수를 준비해야 한다. 물러설 때를 늘 염두에 두며 살아야 한다.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말석에 앉으면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

오래 살게 되면 얻는 것도 있겠지만 잃어 버리는 것이 더 많다. 저자는 잃어버림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이 아니라 잃어버림을 받아 들이라는 말이다.

주변의 사람도 재물도 그리고 의욕도 자신을 떠나간다. 이것이 중년 이후의 숙명이다.

너무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얻으면 중년 이후는 따분하고 무료하니 더딘 인생을 탓하지 말라. 완성이 늦을수록 성취감은 숙성되어 그 맛이 그윽하다. 더딘 삶, 미완성을 다행으로 여겨라, 나아가 감사하라, 늦됨은 축복이다.

◇ 노년에 관하여/키케로 지음 오흥식옮김/274쪽 8000원 궁리

로마 최고의 정치가이자 웅변가, 문인이기도 했던 저자(기원전 106∼43)가 이야기하는 노년론이다. 실존인물이었던 정치가 카토가 노년에 관해 이야기해줄 것을 청하는 젊은이 두명과 나눈 대화형식을 빌려 자신의 노년론을 피력하고 있다. 그의 나이 예순두살 때였다. 그는 노년이 왜 불행하게 보이는 가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생각, 즉 노인이 되면 일을 할 수 없고 몸이 약해지고 쾌락을 즐길 수 없고 죽음이 멀지 않다는 것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반론을 편다.

노년이 되면 일할수 없다는 것에 대해 ‘육체는 쇠약하다 하더라도 정신으로 이뤄지는 노인의 일거리는 없는가? 큰 일은 육체의 힘이나 재빠름이나 기민함이 아니라, 사려깊음과 영향력과 판단력에 의해 행해진다. 갖고 있는 힘을 이용해서 그 힘에 맞춰 하려고 하는 바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이야기한다.

또 쾌락을 즐길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것은 비난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칭찬거리’라며 ‘플라톤은 쾌락을 악을 낳는 미끼라고 했는데 이런 미끼와의 전쟁에서 자유로우니 노년이 얼마나 좋은가’라고 이야기한다.

죽음이 멀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노년의 결실은 앞서 이뤄놓은 좋은 것들에 대한 풍부한 기억’이라며 ‘봄은 청년기를 의미하고 농부에게 미래의 열매를 약속하지만, 남은 시기도 열매를 추수하고 저장하는 일에 알맞다’는 명언을 던진다.

◇ 새는 빈 둥지를 지키지 않는다/유성호지음 /288쪽 8000원 미래를 위하여

노년 사회학을 전공한 저자(선문대)가 노후 생활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조언한 책이다.

노년에 맞는 고통도 ‘돈’이 있으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부모도 자녀들처럼 현대적인 가치관에 따라 상속도 철저히 하고 장성한 자녀에게 지나치게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

상속을 하더라도 한꺼번에 다 줘버리면 자식에게 홀대받기 때문에 두 번에 나눠하고 자식 모르게 숨겨둔 돈도 있어야 한다. 늙어 병들었을 때 시중드는 며느리에게 돈을 준다면 며느리는 매일 같이 출근하여 정성스레 간호할 것이다.

저자는 노후에는 ‘통크(TONK)족’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통크족이란 ‘Two Only No Kids’의 약어로 ‘자녀들로부터 독립해 자신들이 중심이 되어 노후 생활을 꾸려나가는 노부부’다.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한 자녀들을 바라보며 부모를 돌봐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할 일이 아니라 그들은 이미 장성했으니 떠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라는 것.

부록으로 노인복지관, 자원봉사센터, 노인요양시설, 노인취업알선센터, 간병인 파견 시설, 치매 관련 기관, 재혼정보기관의 연락처도 싣고 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