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조앤 K. 롤링을 꿈꾸는 당찬 소녀.’
이사라. 댄스그룹 ‘클릭B’를 ‘왕’ 좋아하는 서울 세화여중 1학년생. 겉 모습만 보면 여느 여학생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에겐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다. 최근 총 4권짜리 판타지 소설 ‘매직 아일랜드’(오늘)의 첫권을 낸 것.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를 발표한 게 30대 초반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열세살에 불과한 그의 데뷔는 15년 이상을 앞선 기록이다.
그는 자신의 책과 ‘해리포터’의 차이점을 또박또박 설명한다. “‘해리포터’와 ‘매직…’은 판타지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주인공이 하나와 여럿이라는 점이 달라요. ‘매직…’은 악에 맞서 싸우는 일곱명의 주인공을 다양하게 그리려 했죠. 무지개 색깔로 이름을 만들어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거든요.”
그래도 한국 사람을 등장시키는 게 좋지 않았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판타지가 이국적인 마술을 소재로 한 것이어서 소설 속 배경과 등장인물을 외국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양은 지난해 12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3개월만에 1권을 완성했다. 컴퓨터로 원고를 쓰느라 눈이 아팠던게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올해 중학생이 되면서 작은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면서 시험준비 등 학업과 글쓰기를 병행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
“시험도 많고 시간이 부족하긴 해도 올해 안에 네권을 완성할 작정이에요. 그래서 학교 든 집이든 가리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원고를 쓰고 있죠.”
소설쓰기에 열심이라고 그가 공부에 소홀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소한 평균 95점은 돼야하는데 이번 시험에서 90점 정도밖에 안돼 걱정”이라고 불만 같지 않은 불만을 털어놓을 정도로 욕심 많은 천재 소녀였다.
네 살때부터 책을 ‘친구’로 삼았다는 그는 위인전 동화 과학서적 소설 수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다. 초등학교 4학년때는 모 잡지에서 중학생이 ‘책을 썼다’는 글을 보고 습작 소설을 쓴적도 있다.
한 소녀가 산에 올라갔다가 겪게되는 동화 판타지물이었는데 최근 컴퓨터를 바꾸면서 내용을 몽땅 잃어버렸다며 아쉬워한다.
그가 이처럼 ‘10대 소설가’로 데뷔하게 된 것은 지난 10년간 1000권이 넘는 책을 읽은 바탕이 있기 때문이다. 또 오늘의 이사라가 있기 까지 부모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딸의 가능성을 보고 글을 쓸 때마다 항상 곁에서 대화를 나누며 ‘이렇게 쓰면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양은 ‘조앤 K. 롤링의 상상력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에 판타지 소설로 시작했지만 편식은 않겠다고 말한다. 아가사 크리스티같은 정통 추리소설이나 ‘봉순이 언니’같은 성장소설도 그가 앞으로 써내려갈 소설 장르 중 하나다.
‘해리포터’를 영화로 보면서 너무 부러웠다는 이양.
그는 “‘매직…’이 영화화 되어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며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소설가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세계에서 인정받는 인물이 되고 싶다”고 자신의 청사진을 당차게 그려보였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