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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임용빈/이제 어린이에게 투자합시다

입력 | 2002-05-03 18:21:00


싹부터 보살피면 나무는 잘 자라고 싹을 짓밟으면 나무는 죽어버린다. 싹이 어린이라면 나무는 어른이다. 싹의 내면에는 ‘희망’이라는 소중한 뜻이 담겨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자연의 진리가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다.

싹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 나무는 죽을 수밖에 없듯이, 어린이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자라면 사회의 미래는 없다. 아마 사회 속에 ‘희망’이란 단어는 사라질 것이다.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5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며, 유럽의 알바니아에서는 매년 수천명의 어린이가 이탈리아나 그리스 등으로 팔려가 매춘이나 구걸을 한다고 한다.

한창 성장하고 배울 나이에 결혼해서 노동력과 성을 착취당하는 조혼의 문제도 심각하다. 네팔에서는 7%의 소녀들이 10세 이전에 결혼하며 15세까지는 40%의 소녀들이 결혼한다.

극빈 지역의 어린이뿐만 아니라 비교적 풍요로운 지역에서도 아동학대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경제대국 일본에서도 최근 5년간 학대를 받아 사망한 어린이가 563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있었고, 한국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한해 수천 건이나 된다.

작년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부모의 이혼, 가출, 미혼모에 의한 출산, 빈곤과 학대 등으로 ‘버림받은 아이’는 1만2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에 대해 이렇게 무책임하고 방관적인 태도로 일관할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어린이에 대한 투자야말로 부모와 국가, 그리고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다. 특히 0세에서 3세까지의 영유아에 대한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아기는 출생 후 36개월 안에 평생 동안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칠 신경조직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영유아에 대한 조기보호프로그램을 국책 과제로 삼아 시행하고 있다.

영유아기의 보건, 교육, 영양 사업에 충분한 투자를 하면 국민의 보건과 생활수준이 향상돼 미래의 보건사업이나 사회복지서비스에 쓰일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그래서 영유아기에 대한 투자를 ‘가장 확실하게 보상이 돌아오는 투자’라고도 한다.

한국도 영유아 조기보호프로그램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지방정부가 어린이의 약 50%에게 탁아비를 지원해주는 스웨덴의 탁아제도나 0∼6세 어린이의 98% 이상이 참여하는 쿠바의 국가 중심 탁아소 운영, 130만명의 자원봉사자와 1400개의 지역사회 비영리 단체 및 학교가 참여하는 미국의 ‘헤드스타트’ 등은 좋은 본보기다.

지금 영유아기 어린이들에게 투자하지 않으면 나중에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에 ‘어린이에 대한 투자’만큼 효율적이고 좋은 게 없다. 헌혈증서를 모아 백혈병 어린이들에게 기증하는 캠페인이나 북한 어린이들과 국내 영·유아원에 의류를 전달하는 행사 등을 해보니 기업이 큰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새싹들에게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른보다 한 세대 더 새로운 사람들인 어린이들을 위해 기업인들이 좀 더 많은 관심과 애정 쏟기를 기대해본다.

임용빈 해피랜드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