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의혹공사현장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재판부에 낸 탄원서에서 주장한 ‘분당 아파트 특혜분양’과 관련, 그 진위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파트 사업주(에이치원개발)는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하는 반면 당시 분양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업체나 시민단체들은 특혜분양의 개연성은 있다고 지적한다.
▽저층부 우선배정 의혹〓초점이 되고 있는 아파트는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백궁 정자지구에 건설된 파크뷰. 주상복합이므로 일반 아파트와 달리 사업주가 임의로 분양 방법을 정할 수 있다. 특혜분양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작년 3월9일 분양 당시 에이치원개발은 19층 이상 고층부는 공개청약 방식으로, 저층부는 사전 선착순 방식을 채택했다. 따라서 특혜분양이 있었다면 저층부 아파트가 유력하다.
▼관련기사▼
- 검찰, '고위공직자 특혜분양' 내사 착수
- 특혜분양 아파트 '파크뷰'는
- '파크뷰' 특혜분양 수사전망
- [사설]특혜분양 130명 누구인가
분당 시민단체 관계자는 “법조계 인사를 비롯해 건설교통부 고위공무원, 여당 실세의원 등에게 먼저 물량이 배정됐지만 구체적인 명단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A컨설팅사 관계자도 “일반인 청약 이전에 아는 사람이 우선분양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사업주가 관리하는 몇몇 인사들에게 물량이 건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김은성씨가 밝힌 것처럼 130여명 전원이 계약을 해지했다기보다는 일부는 분양권 전매로 차익을 챙겨 빠져나갔고 일부는 아직까지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부는 시인〓반면 사업주 측은 “당시만 해도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태여서 고위층에 물량을 우선배정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에이치원개발 관계자는 “파크뷰가 인기를 끈 건 사실이지만 분양 전날까지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다”면서 “고위층에 아파트를 배정할 생각조차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분양에 참가한 김모씨는 “선착순 분양을 하는 과정에서 사업주가 일부 물량을 특정인에게 우선배정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해 특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시인했다.
시공을 맡은 건설사의 관계자도 “사업주가 일부 가구를 사전에 빼놓은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사전배정을 법조계나 공무원 등 고위층을 대상으로 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특혜분양했다면 이유는?〓특혜분양이 있었다면 아파트가 들어서는 땅의 용도변경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하다.
파크뷰가 건설되는 백궁 정자지구는 당초 쇼핑시설 부지였다. 에이치원개발이 99년 5월 토지공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싸게 산 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으로 용도변경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에이치원개발의 H회장이 여권 실세와 성남시 등에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