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낮1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고급 한정식집 ‘놀부집’에서 조촐한 파티가 열렸다. 참석자는 장애 재활 기관 ‘나사로의 집’에 있는 지체 장애어린이 40여명과 ‘사랑의 자원봉사단’ 단원인 놀부 직원 30여명.
부대찌개 보쌈 유황오리 한정식 등 약 300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놀부 오진권(吳振權·51) 사장과 직원들은 이날 ‘사랑의 자원 봉사단’ 발족식을 가졌다.
봉사단은 매주 혼자 사는 노인 100여명에게 사흘치의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해 주고 홀수 달에는 매주 1회 각 사회기관을 방문해 음식을 장만해주는 활동을 하게 된다.
일단 놀부의 직원 31명으로 꾸려졌으며 앞으로는 봉사단원을 놀부직원뿐만 아니라 학생과 일반인으로까지 확대할 예정. 또 사단법인 비영리단체로 독립시켜 전문적인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오 사장은 놀부보쌈이 처음 선보인 15년 전부터 장애인을 돕는 각종 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 왔다. 나사로의 집과는 수년째 관계를 맺어오고 있으며 올해 초 놀부 체인 중 가장 고가(高價) 한식집인 ‘놀부명가’를 열었을 때는 맨 먼저 나환자들을 초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 사장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면서 제때 밥도 못 먹는 어린시절을 보냈다. 성장해 직업군인 생활을 11년 한 뒤 사회에 나와서도 몇 차례 사업에 실패했다. 사병식당과 장교식당을 관리하던 노하우를 살려 음식업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한번도 굶는 사람들을 ‘남’이라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것.
“누군가에게 ‘식사’를 주는 일은 단순한 ‘장사’가 아닙니다. 음식은 그것을 먹는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죠. 돈 낼 사람, 안 낼 사람 먼저 따지는 것이 아니라….”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