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을 끼고 있는 PIC 괌 리조트에는 공원처럼 꾸며진 워터파크가 있다
한 5년은 너끈히 쓸 수 있는 휴대전화. 그런데도 매년 신모델을 구입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LD(레이저디스크)로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이 불과 10년전인데 이제는 온데간데 없고 대신 DVD가 판을 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4, 5년전 출고된 모델은 벌써 중고차로 베트남 등지에 팔려나가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듯 순식간에 변하는 세상. 여행이라고 다를까.
‘여행의 교과서’로만 알았던 패키지관광. 아무 생각없이 데려다 주는 곳만 따라다니는 ‘깃발부대’ 신세. 그러나 이제는 ‘구시대 유물’로 전락, 점점 기피대상이다. 이제는 안다. 관광 대신 여행이, 보는 것 대신 즐기는 것이 진정 원했던 것임을. 그래서 사람들은 ‘진짜 여행’을 꿈꾼다. 자유롭게 휴식하며 여유를 즐기는 느낌있는 나만의 여행을.
“어디 좋은 데 없어. 한 사나흘 푹 쉬었다 올데. 우리나라 말고. 외국에 어디 조용한 해변 같은 데.”
요즘 이런 요청이 부쩍 늘었다. 2, 3년전만해도 ‘해외로 여행가고 싶은데 어디가 좋아.”하는 식이었는데. 별차이 없어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 두 물음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앞의 것은 ‘휴식’을, 뒷 것은 ‘관광’을 염두에 둔 것이니까. 앞 질문이 늘었다 함은 관광은 접고 휴식하러 떠나는 여행에 눈뜬 이가 많아졌음을 뜻한다.
온 식구를 이끌고 낯선 외국으로 관광을 떠나는 평범한 가정의 여름 휴가. 모든 책임을 진 가장에게는 ‘희생’이요 ‘고난’일 뿐 절대로 ‘휴식’이 될 수 없다는 것, 불문가지다.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1989년)이후 지배적이던 이런 구태의연한 여행패턴. 최근 휴식형으로 옮겨가며 가장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졌다. ‘휴가〓휴식’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에 눈뜨게 되면서 부터다.
‘휴가〓재충전을 위한 휴식’은 이제 절대명제다. 그리고 더 이상 ’못이룰 꿈‘도 아니다. 흰색 와이셔츠를 몰아낸 컬러셔츠 바람처럼 휴식여행을 추구하는 바람도 거세다. 그러니 올 여름 휴가때는 진정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멋진 휴식처로 떠나 봄이 어떨지.
그런 멋진 휴가여행을 계획중인 사람들. 그들에게 기자의 행보는 관심거리다. 벤치마킹 대상으로는 이 이상이 없단다. 그래서 묻는다. 어디로 떠나느냐고. 대답은 늘 같다. “아무 신경쓰지 않고 사나흘 푹 쉬었다 올 수 있는 편안한 리조트.”
기자의 휴가여행 스타일은 단순하다. 매년 같은 곳에서 꼼작없이 틀어 박힌 채로 한없이 게으름만 피우다가 돌아온다. 글쎄. 진정한 휴식여행이란 ‘어디로 떠날 까 ’하고 고민하는 것으로부터 해방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은 아닐지.
고속 고압으로 쏘아대는 물줄기 위에서 파도타기를 즐기는 PIC 사이판 리조트의 포인트 브레이크
그 곳은 괌과 사이판에 있는 PIC(Pacific Islands Club)리조트다. 벌써 5년째, 제주도에서 보낸 지난 해만 제외하고 매년 괌과 사이판을 번갈아 찾았다. 인천에서 4시간 20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에다 비행스케줄도 좋아(오후 출발, 새벽 도착) 경제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손가락 하나 까딱않고 내내 게으름을 피워도 식구들이 즐기는데 아무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완전 열외’(列外)를 가능케한 완벽한 ‘휴식 인프라’ 때문이다.
워터파크와 비치, 야외 디너쇼장에 스쿠버다이빙과 윈드서핑 연습풀까지 갖춘 리조트는 사나흘 정도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아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다. 식사도 마찬가지. 인터내셔널 뷔페(맥주 와인 무제한 무료제공)를 비롯, 일 중 양식당과 우아한 레스토랑까지 두루 갖춰져 있어 매번 장소를 바꿔가며 즐길 수 있다. 점심과 저녁 사이 허기를 달래줄 스낵과 국수도 제공. 직불카드 사용시 체크아웃때 한꺼번에 지불하는 식비는 가격 또한 저렴하다. 새우 바닷가재 등 해물을 실컷 맛보는 선셋바비큐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폴리네시안 디너쇼는 무료다.
그러나 다른 어떤 것 보다도 여기를 찾는 이유는 안전. 초등학생인 아이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돌보지 않아도 여기에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온종일 풀사이드에 누워 책 읽다가 낮잠 자고 가끔 스노클링이나 윈드서핑으로 더위를 식히는 동안 아이들은 인라인 하키나 양궁 수구 혹은 포인트 브레이크(고속의 인공물살에서 즐기는 숏보드타기)를 하며 논다.
※①자료제공 〓PIC (www.pic.co.kr) 02-739-2020 ②가격 기준 △나이 〓어른은 12세 이상, 어린이는 7~11세 (7세미만은 숙식 무료) △가격 〓식사는 '골드카드' (체류기간 전식사 제공 후불카드), 항공·숙박은 성수기, 환율은 USD 1$당 1,320원, 항공료는 추정가(출발일·여행사에 따라 천차만별)
해뜬 시간동안 가족이 얼굴을 맞대는 시간은 점심때. 약속한 시간에 예약한 식당에서 만나 함께 식사하며 놀 계획을 짠다. 이런 베짱이식 빈둥거림이 ‘최악’이 아니라 ‘최선’으로 통하는 곳, ‘최대한 게으름 피울 자유’가 보장되는 곳. PIC리조트는 우리 가족에게 그런 곳이었다.
공항과 리조트를 오갈 때도 걱정할 것이 없다. 리조트에서 무료제공하는 밴이 있다. 그러니 가이드 안내나 도움이 일절 필요없다. 시내구경을 하고 싶으면 리조트앞에서 정기적으로 오가는 시내버스를 탄다. 사이판에서는쇼핑센터(DFS)에 데려다 주는 무료택시도 편리했다.
▽PIC로 여행떠나기〓여행사의 패키지(항공+숙박)는 직접예약시에 비해 저렴하다. 단, 현지 무료투어 등에 현혹돼 ‘절대휴식’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음을 알아두자. 현지 가이드와 접촉을 원치 않으면 PIC리조트의 밴서비스를 이용한다. 기사팁(가족당 3,4달러)만 주면 된다. PIC 코리아에서 직판하는 숙박료는 와 같다. 여행사의 객실판매가에 비해 약간 높은 편.
괌·사이판〓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