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맞춰 '버전 업'된 '미워도 다시한번2002'(위)와 1968년 원작 '미워도 다시한번'
‘미워도 다시 한번’의 명성을 아버지와 아들이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을까.
60년대 말 장안을 눈물 바다로 만들었던 공전의 히트작 ‘미워도 다시 한번’을 34년만에 리메이크한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 2002’이 24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원작의 연출을 맡았던 정소영감독(74)이 14년만에 메가폰을 잡고 자신의 작품을 다시 리메이크한데다 정감독의 맏아들 지훈씨가 기획을 맡고 둘째 아들 재훈씨가 제작을 맡았다는 점이 화제거리. ‘미워도 다시한번’ 3, 4편의 시나리오를 맡았던 인연으로 인기 방송작가 김수현씨가 리메이크작의 시나리오를 맡았다.
“최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복고 바람으로 볼 때 ‘미워도 다시 한번’의 리메이크가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죠. 이 영화를 리메이크 한다면 당연히 그 작업은 ‘감독님’이 하셔야 한다고 생각해 설득했습니다.” (장남 지훈씨는 아버지를 ‘감독님’으로, 아버지는 ‘정사장’이라고 지칭했다.)
88년 ‘그 겨울의 찻집’이후 메가폰을 놓았던 정감독은 아들의 설득에 못이겨 오랜만에 ‘현역’으로 복귀했다. 정감독 외에 현재 활동중인 고령 감독으로는 신상옥 감독(77)과 임권택 감독(66) 정도가 꼽힌다.
정감독은 “70대 감독들이 여전히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외국과 달리 우리 영화계에서는 마흔살만 넘어도 노인 취급 당한다”며 아쉬워했다.
정소영 감독(가운데)과 두 아들 지훈(왼쪽) 재훈씨
정감독의 목소리는 여전히 카랑카랑했다. 현장에서 정감독은 새벽 3, 4시까지 촬영도 거뜬히 해내며 노익장을 과시했다고 한다. 지금도 한국 영화는 개봉 첫날 극장에 가서 본다는 정감독은 ‘조폭마누라’같은 코미디 영화부터 ‘2009 로스트 메모리즈’와 같은 10대 취향의 SF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결혼은, 미친짓이다’인데, 그거 잘 만들었데? 육감적이면서도 흥행도 꽤 되겠던 걸.”
자신이 만든 영화의 90% 이상이 흥행에 성공했던 정감독은 ‘미워도 다시 한번 2002’이 흥행여부를 묻자, “모르겠어요. 그냥 영화가 늙었다는 소리나 듣지 않았으면 해요.” 라고 말했다.
문희가 주연했던 ‘미워도 다시 한번’은 한국 멜로 영화의 대명사. 이 영화는 유부남과 미혼 여성의 사랑, 그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둘러싼 갈등을 그렸다. 정감독은 “개봉 당시 서울에서만 100만명이 봤는데 당시 서울 인구가 400만명이었으니 그 열기가 어마어마했다”고 회상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1971년까지 매년 한편씩 4편의 속편이 만들어졌다.
리메이크작인 ‘미워도 다시 한번 2002’는 21세기 관객의 감각에 맞추기 위해 여주인공을 좀더 능동적인 인물로 그리는 한편 영화의 결말도 바꿨다. 문희가 맡았던 여주인공은 이승연이, 신영균이 맡았던 남자주인공은 이경영이 맡았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