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포로의 신분으로 남쪽에서 일가친척 없이 살아온 70대 노인이 46년간 홀로 사는 이웃 할머니를 양어머니로 모시고 극진한 효성을 다한 공덕을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훈장을 받는다.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 표진모(表鎭模·72·강원 고성군 죽왕면 인정리) 할아버지는 황해도 안악군이 고향인 반공포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 중이던 표할아버지는 1956년 수용소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 인정리까지 함께 흘러온 친구로부터 전쟁통에 북한에 남편과 자식들을 남겨놓고 내려온 어순덕 할머니(102)의 사연을 듣게 됐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었을까.
이때부터 표 할아버지는 어 할머니의 통나무집 옆에 사랑채를 짓고 북쪽에 두고 온 친부모를 모시듯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3년 후 결혼을 해 2남1녀의 자녀를 둔 표 할아버지의 아내와 자녀들에게 어 할머니는 시어머니였고 친할머니였다.
생계를 위해 농사를 그만두고 인근 도시인 속초에서 품팔이를 하는 동안 한때 떨어져 살기도 했지만 어 할머니가 백내장으로 불편을 겪게 되자 표 할아버지는 다시 인정리로 돌아와 극진히 모셨다.
북에 남편과 자식을 남긴 ‘어머니’를 위해 2번이나 이산가족면회신청을 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한번도 신청을 하지 않았다.
어 할머니가 자주 찾는 경로당을 매일 청소하고 명절 때면 떡과 과일을 준비해 이웃의 노인들까지 대접하는 등 표 할아버지의 효심이 남다르자 마을 사람들은 “어 할머니가 장수하는 것은 모두 표 할아버지의 효심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표 할아버지는 “젊었을 적 외로움을 달래준 어머니에게 고마웠다”며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연쩍어 했다.
고성〓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어버이날 맞아 179명 훈포장▼
보건복지부는 제30회 어버이날(8일)을 맞아 효행자 150명과 장한 어버이 14명, 전통모범가정 15명 등 179명에게 훈·포장과 표창을 각각 수여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다음은 훈·포장 수상자 명단.
▽국민훈장 동백장 △표진모(73·강원 고성군 죽왕면 인정리)
▽국민훈장 목련장 △김선임(68·전남 곡성군 입면 서봉리) △황강숙(43·부산 수영구 망미2동)
▽국민훈장 석류장 △이시례(74·광주 북구 중흥2동) △신춘식(74·충남 보령시 남포면 봉덕리)
▽국민포장 △유귀밀(56·전북) △김태선(49·경북) △박점수(55·부산) △황종례(70·경북) △이증자(60·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