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곳은 호텔이다. 호텔이란 많은 사람들이 잠시 다녀가는 곳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겐 일을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쉬는 장소이고, 사람을 만나는 곳이며, 대개의 경우 즐거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고의 시설을 해놓고 급변하는 조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일을 해야 하는 호텔 리어인 우리 종사원에게는 호텔이 전혀 다른 곳일 수밖에 없다. 손님들이 쾌적하게 느끼는 모든 시설물과 환경이 우리에겐 하나의 일거리이며 문젯거리인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호텔을 찾는 모든 고객들과 함께 즐기면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가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있다. 20년 정도 일본과 미국의 호텔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한국에 들어와 현재의 호텔에 근무하는 필자는 한국인들이 호텔을 이용할 때 하루빨리 바꾸어야 할 점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됐다. 월드컵 손님맞이 때문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몸에 배야 하는 것들이다.
호텔마다 차이는 있지만 객실의 목적과 용도에 따라서 크기가 나뉘고, 수용인원도 정해져 있다. 콘도의 경우 인원 초과 시 추가요금도 지불해야 한다. 이런 내용에 생소한 단체 손님도 있지만, 경비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명이 체크인을 하고 나머지 손님들은 프런트 데스크의 눈을 피해 몰래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양념통닭이나 컵라면, 김치 등을 갖고 와 먹는 손님들도 가끔 있다. 객실에서는 취사가 금지되어 있고,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은 먹을 수 없다. 그것은 화재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음에 방을 쓸 사람과 옆방의 손님들에게도 냄새를 풍김으로써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호텔은 물론이고 이발소에도 꼭 예약을 한다. 한국에 와서 이발소에 예약을 하려고 하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냥 와서 기다렸다가 하면 되는 거지 무슨 예약이냐는 눈치였다. 호텔을 이용할 땐 반드시 예약을 하고 예약에 따른 할인혜택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식당에서 사람이 많을 경우 차례를 기다리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그런데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반드시 호스티스가 자리에 안내하도록 부탁하고, 기다려서 안내를 받아 들어가야 한다. 흔히 눈에 띄고 전망이 좋은 자리로 혼자 들어가 앉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말릴 수는 없지만 혹시 예약된 좌석이거나 식당 측의 여러 가지 계획이 있을 수 있다. 좌석 안내는 손님이 편하도록 준비하는 서비스이므로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요즘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식당에 와서 큰소리로 떠들거나 휴대전화를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호텔 식당을 선택했을 때는 좀 특별한 대접을 할 때라든지 특별히 대접할 사람이 있을 때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대단히 중요한 식사시간이다. 나 편하면 되지 남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어디 있느냐는 식의 자기만 생각하는 행동은 페어플레이가 아닐 것이다. “어이, 여기 물 한 잔” 같은 말보다 더 좋은 표현은 없을까.
호텔도 공공장소다. 월드컵대회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외국인이 드나드는 호텔의 모습은 곧 우리의 관광상품이기도 하다.
박병규 경주 웰리치 조선호텔 총지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