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광선검처럼 내리 꽂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마린 카운티에 있는 루카스 필름 산하 ‘스카이워커 랜치’는 3년간 새 이야기를 기다린 ‘제다이 마니아’들의 성전(聖殿)이었다. 그 곳에서 ‘스타워스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이하 ‘클론의 습격’)은 감독 조지 루카스(58)가 손수 재배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산 포도와 함께 영글고 있었다. 6일(한국 시간) 이곳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클론의 습격’은 스타워스 1편이 첫 선을 보인 1977년 이래 25년간 팬들을 사로잡은 SF 대서사시의 결정판이었다. 영화는 루카스 감독이 최첨단 디지털 영상 기술을 절정의 기량으로 변주해냈다는 평을 받을 만했다.》
# '스타워스'로의 복귀
‘스타워스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협’(99년)은 ‘스타워스’의 주인공 루크의 아버지이자 다스 베이더로 드러날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출생과 그가 제다이가 된 과정을 그린 ‘성장 영화’의 성격이 짙었다. 이때문에 광대한 스케일과 특수효과를 기대했던 팬들이 실망했던 게 사실(서울 관객 74만명). 그러나 ‘클론의 습격’은 스타워스 시리즈 중 가장 방대한 스케일과 특수효과를 이용한 전투신을 132분동안 쏟아부으며 SF 활극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영화는 성인이 된 아나킨(헤이든 크리스텐슨)이 아내가 될 아미달라 상원의원(나탈리 포트만)을 수호하는 가운데 아미달라를 없애려는 공화국 상원의장 팰퍼타인이 복제인간(클론)으로 군대를 조직해 아미달라 진영을 공격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클론의 습격’은 ‘에피소드1’부터 부각된 제다이 전사의 ‘포스’(Force·기·氣)를 내세우며 칼과 격투기 중심의 전투신에 집중했다.
# 필름의 종말?
첫 시사회 후 각국 언론들은 “이번 영화 ‘클론의 습격’에는 ‘필름’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며 35㎜ 필름이 개발된 이후 가장 ‘용감’한 영화로 꼽았다. 이는 ‘클론의 습격’이 실사 영화중 처음으로 필름이 아닌 픽셀(영상 파일)로 저장한 100% 디지털 영화이기 때문.
‘클론의 습격’은 특히 전투신에서 디지털 세례의 위력을 과시했다. 아나킨과 아미달라측이 팰퍼타인의 로봇 병기와 백병전을 벌이는 장면이나 무수한 클론 병정들이 진격하는 장면 등에는 흠집 하나 없었다. 한 독일 기자는 “So Vivid(너무 선명하다)”를 연발하며 시사실에서 잠시 선글라스를 쓰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제작사인 루카스 필름측은 “2005년에 제작될 ‘에피소드3’도 100% 디지털로 제작되며 그 때에는 일반 극장에 디지털 프로젝터가 설치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루카스측은 ‘클론의 습격’은 수백만달러를 들여 스크린용 프린트를 만들지 않고 파일로 전송해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선과 악
‘스타워스’ 팬들이 궁금해하는 대목 중 하나가 아나킨이 다스베이더가 되는 과정. 아나킨은 사랑하는 아미달라를 지켜내면서 겪는 갈등,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없는 제다이 규칙에서 일탈해 방황하다 점차 악의 편에 서게 될 것을 암시한다. 아나킨 역의 크리스텐슨은 선과 악의 사이를 오가는 미묘한 감정을 살려내며 다스 베이더가 겪었을 인간적 괴로움을 짐작케 한다.
제작진은 “영화의 한축을 이끌어가는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는 과욕에 눈이 멀어 끝내 전능한 힘까지 탐내는 인간의 모습”이라며 “다스 베이더와 관련된 이야기는 ‘스타워스’시리즈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5월16일 개봉. 한국은 7월 4일 개봉 예정.
샌프란시스코〓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