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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 휴스 칼럼]프랑스 샛별 시세를 주목하라

입력 | 2002-05-06 18:53:00


월드컵 때마다 혜성과 같이 나타나는 샛별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1958년 스웨덴월드컵때는 당시 18세이던 펠레(브라질)가 주인공이었다. 98년 프랑스월드컵때는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언(당시 19세)이 번개같은 스피드로 아르헨티나 수비벽을 뚫고 멋진 골을 뽑아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사비에르 사비올라(21)가 아르헨티나대표팀에 합류한다고 해서 놀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비올라는 작지만 재능을 가진 선수로 소속팀 FC바르셀로나는 이미 10대 때 그에게 3000만달러(약 390억원)를 투자했다.

사비올라가 출전한다면 일본에서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라. 한국에선 정말 싱그러우면서도 뛰어난 새내기가 선을 보일지도 모른다.

프랑스대표팀은 지난주 자국 축구팬을 깜짝 놀라게 했다. 로저 르메르 감독이 니콜라스 아넬카를 대표팀에서 쫓아내고 스무살의 지브릴 시세를 발탁한 것이다.

▼100m를 10초대에 주파

시세는 ‘총알 탄 사나이’다. 누구도 그의 스피드를 재보진 않았지만 88서울올림픽때 약물 파문을 일으켰던 벤 존슨 이후 한국인들이 자국에서 직접 본 외국인 선수중 가장 빠를 것이다. 시세 역시 “나의 주무기는 스피드”라며 “손쉽게 100m를 10초대에 주파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이 다소 건방지게 들릴수도 있지만 그건 젊음의 패기다.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프랑스 프로축구 오세르팀 유니폼을 입고 베테랑 선수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 특별한 능력을 확인하고 있는데 지난 주말까지 28경기에 출전해 20골을 기록했다.

시세는 최근 소속팀 경기장으로 가던 중 휴대 전화로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들었다. 대표팀 코치인 앙리 에밀이 그에게 21세 이하 대표팀에서 월드컵대표팀으로 올라간다면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던 것.

시세는 “깜짝 놀랄 일”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곧바로 소속팀 감독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장난이 아닌지 프랑스축구협회에 확인해 줄 것을 부탁했다.

지난해 세차례나 심장 수술을 받은 후 팀에 복귀한 마법의 노조련사 귀 루 감독은 즉시 그 사실을 확인했다. 시세는 “와”하고 감탄사를 터뜨렸다. “내가 지단이나 드사이, 뒤가리 앞에 서다니. 상상만해도 흥분된다. 지금까지 지단을 단 한번 봤을 뿐인데 이제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되다니”

▼20개 클럽서 눈독들여

그는 월드컵때 출전 기회를 못잡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르메르 감독이 그를 한국으로 데려간다면 상대를 깜짝 놀라게할 비밀 병기가 될 것이다.시세는 프랑스의 조용한 지방 도시 님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형 아부는 아직 아넬카 형제들이 니콜라스를 착취했던 것처럼 탐욕스럽진 않다.

사실 그 점이 큰 차이다. 니콜라스 아넬카는 17세때 돈에 굶주린 가족에 의해 아스날로 이적됐다. 그가 아스날에서 꽃을 피우자마자 형제들은 그를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시켰다. 자신들의 몫으로 20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내자 형제들은 그를 파리 생 제르망으로 옮길 작업에 착수했다.

아넬카마저 물이 들었고 재능을 낭비했다. 그는 생 제르망에서 리버풀로 임대됐는데 주당 10만달러를 요구했다. 돈의 노예가 된 듯 했다. 재능이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부루퉁한 이 청년을 원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반면 시세에게는 20개 클럽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을 비롯해 많은 프로팀 스카우트 담당자들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루 감독은 언젠가 그를 팔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우선 시세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 있다. 시세는 “오랜 기간 나는 스피드에만 의존했다. 하지만 루 감독이 다른 기술들, 즉 왼발과 헤딩을 잘 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그는 늘 나를 강하게 조련했는데 이제 그 결실을 맺을 것이다”고 고백했다.

▼“5000만달러이상 가치”

때가 돼 루 감독이 그를 내놓으면 그 결실은 5000만달러가 될 것이다. 시세가 월드컵 무대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다면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시세의 우상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와 티에리 앙리이다. 그의 옷차림은 다소 파격적인데 옷장에 라임 녹색 옷을 갖고 있다.

여러분이 그를 볼 땐 프랑스팀의 푸른 유니폼을 입을 것이다. 머리칼은 가끔 블론드 색으로 물들여져 있고 가끔은 원숭이처럼 면도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내가 흔치 않은 외모를 갖고 있는건 사실이다. 축구 인생이 끝나면 패션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에게 주문이 있다면 찬스를 잡되 자기 파괴적인 아넬카보다는 지단같은 명성을 얻으라는 것이다.

잉글랜드 축구 칼럼니스트 robhu@compuser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