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열풍은 자녀가 남보다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이 빚어낸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서울지역 중고생 학부모 26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행학습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9.8%나 될 정도로 선행학습이 일반화됐다.
특히 어머니의 학력이 높거나 가정의 수입이 많을수록 선행학습에 대한 욕구가 컸다. 어머니의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 66.4% △고졸 69.2% △전문대졸 67.8% △4년제대졸 74.4% △대학원졸 75%가 선행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월 수입이 100만원 미만인 가정의 54.8% △100만∼200만원 66.6% △200만∼300만원 71.9% △300만∼400만원 74.2% 등 고소득 가정일수록 선행학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행학습을 시키는 동기로 ‘학교 수업의 이해가 쉽다’(42.7%) ‘기초 실력 다지기’(20.3%) ‘뒤질까봐 불안하다’(11.3%)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학부모들은 경쟁심리 때문에 학교에서 숙제를 많이 내주거나 방과 후 교실청소 등을 시키면 “학원에 갈 시간을 빼앗긴다”며 학교에 학부모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는 것.
심지어 학습부진아에게 방과후 보충학습을 시키려해도 “알아서 (학원에서) 공부시키겠다”고 거부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자녀가 뒤처지는 모습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도 선행학습에 매달리는 학부모의 특징이라는 것.
초등교사 유모씨(54)는 “영어 단어를 2000개나 외우고 학원을 6개나 다니는 3학년 학생이 학교에서 졸기만 해 학부모에게 학원수강을 끊도록 권유한 적이 있다”며 “학원 수강을 하더라도 아이의 실력에 맞게 정상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