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다큐멘터리 방송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아주 흥미있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다. 고양이에 관한 것이었는데 5층 이상 10층 이하의 높은 곳에서 떨어진 고양이가 5층 이하에서 떨어진 고양이보다 부상이 적은 이유를 분석한 내용이었다.
느린 동작 화면에서 드러난 것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고양이는 추락하는 동안 여러가지 자세 변화를 통해 몸을 부드럽게 해 지면에 닿은 순간 충격을 분산하는 반면 5층 이하의 낮은 곳에서 떨어지는 고양이는 자세를 변화시킬 틈이 없이 곧바로 떨어져 큰 충격을 받는 것이었다.
☞'권순일 기자의 논스톱슛' 연재기사 보기
많은 국내 축구팬은 “외국선수들은 저렇게 부드러운데 한국선수들은 왜 그렇지 못하냐”며 혀를 찬다. 유연성은 어떻게 얻어지는 것일까. 서커스단의 곡예사처럼 식초를 먹으면 몸이 유연해지는 것일까. 흑인처럼 천부적으로 몸이 부드러운 경우도 있지만 유연성도 후천적 훈련에 의해 습득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1980년대 최고의 축구스타 마라도나. 1m66의 작은 체격인 마라도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볼을 오랜시간 소유하고 드리블하는 스타일이어서 태클의 집중 타깃이었다. 몸을 날리는 수비수들에게 이리저리 걷어차여 경기마다 온갖 부상에 시달려온 마라도나가 택한 방법은 낙법 훈련. 마라도나의 개인훈련 장면을 직접 본 적이 있는데 골문 앞에서 끊임없이 뒹굴면서 손을 제외한 온몸을 이용해 골을 넣는 훈련을 하는 것을 보고 참 신기해 했던 기억이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훈련중인 한국축구대표팀이 파워프로그램이라는 체력 훈련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파워프로그램은 웨이트트레이닝과 단거리, 릴레이 달리기, 복근강화훈련 등인데 히딩크 감독은 ‘사흘은 강하게, 이틀은 약하게’의 5일 주기의 강약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렇게 히딩크 감독이 훈련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도 경직된 몸을 주기적으로 부드럽게 풀어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토털 사커’로 무장한 네덜란드대표팀이 막강 전력을 가지고도 월드컵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한 이유가 강인함만을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히딩크 감독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