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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서태화 "성악 버리고 택한 연기 후회 없어요"

입력 | 2002-05-08 17:17:00


영화 ‘억수탕’ ‘짱’ ‘키스할까요’ ‘비천무’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닥터K’에 출연했던 배우. 하지만 열이면 아홉 ‘누구지?’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1997년 데뷔한 이래 비중있는 조연은 커녕 변변한 히트작 하나 없었던 그다. 800만명의 관객에게 그의 얼굴을 알린 영화 ‘친구’ 이전까지는.

‘친구’에서 모범생 정상택 역으로 나왔던 서태화가 정통 드라마에 첫 출연한다. 그는 20일 시작하는 KBS2 새 월화드라마 ‘거침없는 사랑’에서 사진작가 최민우역을 맡았다.

‘친구’에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에 개성없는 ‘밋밋한’ 배우로 인식된 경향이 있지만 최근작 ‘재밌는 영화’의 포스터에선 ‘짝’ 달라붙는 수퍼맨 의상을 입고 ‘헤벌레’ 웃음을 짓던 그다.

“저를 신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름대로’ 8편의 영화에 출연한 중견이에요. ‘친구’ 때문에 모두 모범생으로 기억하지만 ‘억수탕’에서는 ‘생양아치’로 나오기도 했어요.”

그와 ‘친구’의 곽경택 감독은 미국 유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사이. 맨해튼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오페라 가수를 꿈꾸다 친구따라 영화판에 뛰어든 것.

“직업과 부업이 바뀐 셈이죠. 느낌이 오면 이것저것 재지 않고 바로 실천에 옮기는 편입니다. 연기도 그렇게 시작했죠. 10년동안 공부한 성악에 대한 미련은 없습니다.”

그는 ‘서른 즈음에’와 ‘마이웨이’가 노래방 18번이고 기분이 좋으면 오페라 ‘투란도트’ 나 ‘토스카’에 나오는 아리아를 즐겨부른다.

그의 음악적 재능은 집안 내력. 동생 지영씨는 뮤지컬 ‘더 플레이’ ‘아랑과 배비장’ 등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다.

“아버지는 목소리가 좋고 어머니는 노래를 잘하세요. 외증조 할아버지가 왕년에 평양에서 굉장히 유명한 가수셨다나봐요.”

정통 연기수업을 한 번도 받지 않은 그에게 배우라는 직업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주도 출신이에요. 어린시절을 바닷가에서 보낸 것이 풍부한 정서 표출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연탄집게로 돌문어 잡아보셨어요? 그 시절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요.”

그의 드라마 출연 경력은 지난해 여름 단막극에 출연한 게 전부다. 어색하진 않을까.

“제 매력이자 가장 큰 강점은 뭘 시켜도 ‘조오타’고 한다는 거에요. 매체나 장르에 대한 거부감이 없거든요. 나중엔 쇼프로 MC도 해보고 싶어요.”

매끈한 외모와 달리 그는 인터뷰 내내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구하기 힘든 ‘도라지’ 담배를 수소문 끝에 사서 피는 그는 사람도 한 번 좋아하면 끝까지 좋아하는 자칭 의리파다. 사실 그가 배우로서 이만큼 이름을 알린 것도 그의 돈독한 인간관계 덕분이다.

“‘억수탕’ ‘닥터K’ ‘친구’는 곽 감독과의 인연 덕에 출연했고 ‘짱’의 양윤호 감독과는 중학교 동창이에요. 지난해 출연한 단막극도 양 감독이 만든 첫 TV 드라마에요. 이렇게 말하니까 꼭 능력도 없이 인맥으로만 여기까지 온 것 같네.(긁적 긁적)”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